민간기구로 인지수사권 요구한 금감원…해법은 ‘국가기관화’?
입력 2026.02.08 08:04
수정 2026.02.08 08:04
인지수사권 논쟁 속 금감원 법적 지위 재점화
대통령 임명 구조 속 민간기구 주장…‘독립성’ 설득력 논란
이찬진 “국가기관화가 해법”…정체성 논쟁 확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특수법인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다만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면 일본 금융청이나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모델처럼 국가기관화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된 이후, 민간기구 지위를 유지한 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권을 요구하는 금감원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공공기관 지정에는 반대하면서도 대안으로 ‘국가기관화’를 언급한 발언이 있다. 인지수사권 논쟁을 계기로 금감원의 법적 지위와 정체성 자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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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발언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 과정에서 나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감원의 성격과 위상을 문제 삼으며 “금감원이 정부부처여야 하는지, 민간기관으로 있어도 되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금융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이는 임시적 조치일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금감원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찬진 금감원장은 “기관장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미국 SEC나 일본 금융청과 같은 국가기관으로 하면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IMF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태생한 것을 본다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전문성이 강조되어서 출범한 기구라는 배경이 있다”며 “한국은행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독립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그런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접근해 주시는 게 좋겠다”며 민간 특수법인으로서의 태생적 특수성도 함께 언급했다.
공공기관 지정에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인지수사권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국가기관 전환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며, 취임 이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금융감독 방향을 현장에서 구현하는 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이 같은 구조를 두고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정부로부터 독립성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근거로 공공기관 지정은 거부하면서, 동시에 민간기구 지위를 유지한 채 사법적 성격의 인지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이 이같은 논란 속 해법으로 ‘국가기관 전환’을 언급한 점을 두고, 조직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공기관 지정을 거부하면서 사법적 성격의 인지수사권을 요구하는 것은 권한은 키우고 통제는 피하겠다는 논리로 보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임명한 기관장이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구조에서 필요할 때만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IMF 이후 자율성과 탄력성을 이유로 설계된 조직이 국가기관화를 거론하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