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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갇혀버린 '생산적 금융' [기자수첩-금융]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2.09 07:03
수정 2026.02.09 07:03

주담대 위험가중치 25%까지 상향 검토

내 집 마련 사다리 걷어차기 될까

서민 안아줄 수 있는 정교한 설계해야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를 25%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고,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이 수치는 합리적인 묘수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5%포인트의 추가 인상이 누군가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만드는 악수도 될 수 있다.


은행권은 즉각 술렁이고 있다. 위험가중치가 오르면 은행은 똑같은 금액을 빌려줄 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


자본 효율성이 떨어지니 은행으로선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조여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체감하는 차이는 엄청나다.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올라 가산금리를 올리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실수요자가 손에 쥘 수 있는 대출금은 수천만원 단위로 깎일 것으로 추산된다.


투기꾼들에게 수천만원은 수익률 하락의 문제에 그친다. 그러나 실수요자에게 그 금액은 꿈 꿔왔던 집의 계약 파기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 규제의 화살이 정작 겨냥해야 할 현금 부자들은 빗겨간다는 점이다.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이들에게 높은 대출 문턱은 오히려 경쟁자를 제거해 주는 장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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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책의 부작용은 오로지 근로소득을 모아 대출을 디딤돌 삼아 올라가려던 서민과 청년들에게 집중된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대의명분이 자산 양극화를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융 건전성을 위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은 관리의 편의가 아닌 사람의 삶을 향해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조이기가 서민금융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별도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안은 무주택 실수요자나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등 서민을 실제로 안아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정책의 정교함은 결단력으로 단순히 숫자를 올리는 것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보다 유연하고 입체적인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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