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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싱턴포스트, 직원 3분의 1 해고…트럼프에 줄 선 탓?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6.02.05 21:02
수정 2026.02.05 21:03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프랭클린스퀘어에 있는 워싱턴포스트(WP) 본사 건물. ⓒ AP/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대대적 인력 감축에 나섰다. WP 측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베이조스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급격히 '친트럼프' 노선으로 기운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WP는 4일(현지시간) “전체 직원의 3분의 1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맷 머레이 편집국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문건에서 “거의 모든 뉴스 부서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한 규모의 뉴스룸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기자 800여명 가운데 300명 이상이 해고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 워싱턴DC을 포함해 지역 뉴스를 심층 보도하는 메트로부가 대거 축소되며, 스포츠 지면은 사실상 폐지된다. 도서 서평 지면도 사라지며, 매일 방송되던 ‘포스트 리포트’ 팟캐스트도 없어질 예정이다. 국제 뉴스 비중도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조스는 2013년 미 유력 일간지인 WP를 2억 5000만 달러(약 3665억원)에 인수했다. WP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에 이르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 등 빛나는 특종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 자금난을 해결한 WP는 이후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베이조스는 자신이 가장 잘 한 일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2018년에는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의 개입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는 등 정권 비판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2기를 전후해 양상이 달라졌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액의 정치 자금을 기부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뒤 워싱턴포스트는 선거 때마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오는 것이 전통이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설을 준비했으나 논란 끝에 취소됐다. 베이조스의 압력 탓으로 알려지며 아마존 불매 운동까지 벌어졌다.


트럼프 취임 직후인 2025년 2월 베이조스는 논설면에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의견 외의 의견을 지면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사실상 트럼프에 대한 ‘항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많은 기자들이 충돌 끝에 그만두는 등 내홍을 겪었다. WP만평가인 앤 텔네스는 베이조스가 트럼프 조형물 앞에 달러 자루를 바치는 만평을 그렸다가 검열당한 뒤 사표를 냈다. 역량 있는 기자들은 폴리티코, 액시오스 등 인터넷 매체로 빠져나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인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9월 워싱턴에서 열린 내셔널 프레스 클럽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에 따라 WP의 구독자 수는 2020년 3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3년에는 7700만 달러, 2024년에는 1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지인 NYT가 지난 10년 동안 요리 앱, 쇼핑 가이드, 게임 등 부가서비스를 키우며 구독 기반을 확대해 현재 1300만명에 육박하는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윌 루이스 WP 최고경영자(CEO)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손실이 커졌고 적자 폭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WP를 거쳐 간 언론인들은 베이조스를 신문을 망친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WP를 인수했을 때 영입했던 마틴 배런 전 편집국장은 장문의 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베이조스의 역겨운 노력은 특히 추악한 오점을 남겼다”며 “이것은 스스로 자초해 순식간에 벌어진 브랜드 파괴 사례”라고 맹비난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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