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책(對策)에 건강 이상 중시는 아니다
입력 2026.02.06 07:07
수정 2026.02.06 07: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열린 평안북도 농촌경리위원회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 참석한 뒤 지도간부들과 함께 사육장을 둘러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김정은, 활력이 넘친다. 9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연출을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건강은 이상 없다.
직접 볼 수 없는 현실에서 김정은 건강을 유추해 볼 자료가 조선중앙TV 영상,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월간지 조선·월간지 금수강산 등에 나타나는 활동과 사진이다.
북한 매체, 특히 영상을 통한 수령 분석에는 필자 나름의 역사가 있다.
김일성 사망(1994.07.08) 며칠 후 통일연구원에 입사했다. 전 연구진에 내려진 특명이 향후 북한 전망, 김정일 체제 지속 가능성이었다.
북한 전문가 대부분이 TV·라디오에서 부정적 의견을 개진했다. 김정일을 정신병자, 알코올중독자 등으로 묘사하기도 하며, 그의 지도력을 의심했다.
평화학을 전공한 북한 연구 초자(初者), 어떻게 접근할까 막막했다.
취미가 통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고, 하루빨리 이해하기 위해 북한 영화를 들고 파던 터라, 비디오테이프 2개를 발견했다. ‘1983년 김정일 중국 방문’이 붙여져 있었다.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공식 후계자가 된 김정일의 첫 중국 공식 방문 영상이었다. 평양역을 출발해 신의주·단둥을 거쳐 베이징역에 도착한 이후 일정이 망라되었다.
두 가지가 눈에 확 들어왔다. 첫째, 북·중 관계다. 김정일이 당시 실세 후야오방 중국공산당 중앙위 총서기와 함께 역 승강장에 도열한 중국 인민군을 사열하는 장면이다.
한·미가 동맹이고 아무리 가깝다고 해도, 두 정상이 만나면 악수가 전부다. 다른 신체 접촉은 통상 배제된다.
후야오방, 김정일과 포옹은 물론이고 팔짱을 끼고 옆으로 나란히 서서 걸었다. 동양적 문화 속에 맺어진 혈맹의 북·중 관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둘째, 너무도 자신감 있는 김정일이다. 비록 음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김정일이 당시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차례로 만나는 자세, 태도에서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대화하는 표정, 앉은 자세, 손동작 등 모두 아버지뻘 혁명 1세대 원로들 앞에서 전혀 꿀리지 않은 당당함이었고, 오히려 좌중을 압도하는 듯했다.
보고서에 썼다, 1983년 김정일의 외관이 당시 1994년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나, 김정일이 ‘제왕학(帝王學)’을 제대로 익혔다, 권력 장악 후 상당 기간 북한을 통치할 것이다.
김정일은 17년 여를 군림했다. 필자 분석의 성과이자 전과(前科?)였다.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수령의 동작,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김정은 건강에 이상 없다는 필자 진단은 다음에 근거한다.
첫째, 쉴 새 없이 평양과 지방을 오가며 연설, 격려, 현지 지도, 참관을 진행하고 있다. 금년에만 평양 – 평북 신의주(온실종합농장건설장) – 평양 – 함남 함흥(룡성기계련합기업소) - 함북 경성(온포근로자휴양소) - 평양 – 황남 은률(지방발전정책대상 건설) - 평북 신의주(온실종합농장건설장) - 평양 – 평북 운전(삼광축산농장) – 평양 등으로 돌아다녔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고, 웬만한 체력으로는 힘들다.
둘째, 단순 예방이 아니라, 행사장 구석구석을 살피고, 주요 인사는 물론 참석자들과도 악수, 포옹 등 신체 접촉을 적극적으로 나눈다. 지난 칼럼 “절대충성, 절대복종”(2026.01.16)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1월 5일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건설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식수에 동참했다. 1월 20일 ‘온포근로자휴양소’ 방문에서는 실내외 온천탕, 치료실 등을, 2월 2일 ‘삼광축산농장’에서는 관리실, 젖소·염소 사육장, ‘젖제품생산장’ 등 추운 한파 속에서도 곳곳을 두루 살피는 등 걷는 방문지마다 움직이는 동선도 상당하다.
초고도 비만, 통풍, 고혈압과 당뇨 혹은 기타의 이유로 걸음걸이가 뒤뚱이는 등 다소 어색할 때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무리가 없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보폭도 넓고 활기차다. 앉고 구부리고 서는 데 문제가 없다.
지난해 4월 25일 북한판 이지스 1번 함 ‘최현호’ 진수식에서 사열을 위해 김정은이 김주애와 함께 고가 계단으로 올라가 함정에 내릴 때, 그리고 끝나고 함정에서 고가 계단으로 오를 때, 높이 차이가 컸지만, 김정은에겐 어려움이 없었다. 좌초의 말썽을 일으켰던 최현급 2번 함정 ‘강건호’의 6월 12일 진수식에서는 함정에 계단 두 줄이 놓였다.
셋째, 연설의 경우, 대부분 장문인 글 낭독에도 힘이 있되 버벅거림이 없고, 갈수록 다소 빨라지고 호흡이 약간 거칠어질 뿐이다. 금년 들어 1월 1일 ‘신년경축행사’, 1월 2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건설장’, 1월 16일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창립 80돐 기념대회’, 1월 19일 ‘룡성기계련합기업소 1단계 개건현대화대상 준공식’, 1월 29일 ‘은률군 지방발전정책대상건설 착공식’, 2월 1일 ‘신의주온실종합농장 준공식’, 2월 2일 ‘삼광축산농장 조업식’에서 연설했다.
목소리, 호흡, 몸 움직임 등이 건강 상태 파악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4일 국정원이 “김정은 심박수 80”으로 건강에 큰 이상 없어 보인다고 한 것도 휴민트에 의했을 수도 있지만, 김정은의 연설 장면을 유심히 분석한 결과일 것이다.
장문의 글을 실수 없이 읽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버벅거렸을 경우 조선중앙TV가 편집했을 수도 있으나, 연설의 전 장면을 지켜보면 김정은의 뇌와 신경이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얼굴색이 붉을 경우도 많으나 큰 병색은 아니라 보이며, 김일성과 같은 목덜미 혹도 가라앉았다. 음주량은 알 수 없지만, 여전한 담배 습관에도 혈색이 검지 않다. 지난 1월 1일 ‘신년경축행사’를 방영한, 감추려 했지만, 조선중앙TV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정은 왼손에 담배, 탁자에 놓인 담배·재떨이를 찾을 수 있다.
2021년 7월 30일 조선중앙TV는 뒤통수 부위에 손바닥 크기의 파스가 붙어있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다른 영상에선 파스를 떼어낸 부분에 검은색 흉터가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조선중앙TV에 잡힌 그의 뒷목은 혹이 아니라 비만에 의해 접힌 것으로 보인다.
운명이야 알 수 없고 돌발 변수도 있을 수 있으나, 김정은 대책(對策)에 건강 이상을 중시해서는 곤란하다. 그의 건강 이상에 근거한 김주애의 조기 후계 구도 주장도 “... 김정은 다음 목표는, 김주애 과연 후계자?”(2025.09.05)에서와 같이 동의하지 않는다.
ⓒ
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