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담배소송 대법원 상고…흡연 피해 책임 다시 묻는다
입력 2026.02.05 08:21
수정 2026.02.05 08:22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뉴시스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 책임을 둘러싼 법적 판단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하면서 담배 제조사의 책임과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를 다시 따지게 됐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흡연 피해에 대한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전날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판결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과 제조물 책임 법리에서 오류가 있다고 보고 최고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취지다.
이번 상고의 핵심 쟁점은 흡연과 폐암·후두암 간 인과관계, 담배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 공단이 부담한 진료비의 책임 귀속 문제다. 항소심 재판부는 1960~70년대부터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사회 전반에 알려졌고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들어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해당 판단이 당시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과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축소 관행, 국가 차원의 규제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시기에는 담배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웠고 담배회사가 유해성과 중독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 판단의 전제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상고가 진행된 담배소송은 20갑년 이상 30년 넘게 흡연한 뒤 폐암(편평세포암, 소세포암)과 후두암(편평세포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 약 533억원을 담배 제조사에 청구한 사건이다. 피고는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와 제조사다.
소송은 2014년 4월 제기된 이후 1심과 2심 모두에서 건보공단 패소로 결론 났다. 1심은 건보공단의 직접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흡연 외 다른 요인에 의한 암 발병 가능성을 들었다. 2심 역시 담배 유해성이 오래전부터 알려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조물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을 부정했다.
건보공단은 이번 상고가 개별 소송을 넘어 국민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정립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담배소송 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150만명이 참여했고 대한가정의학회를 포함한 76개 의학·보건의료 학회와 단체, 86개 지방의회가 결의안 채택과 성명서 제출을 통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번 상고가 승패를 넘어 흡연 피해를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