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설사 한 달 넘으면 위험…염증성 장질환, 치료 골든타임 지켜야"[명의열전]
입력 2026.02.03 13:35
수정 2026.02.03 13:43
김지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염증성 장질환 환자 급증…5년 새 30%↑
정제당·패스트푸드 섭취 등 장 면역체계 영향
“혈변·체중감소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 찾아야”
환자를 향한 사'명'감으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전'달하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분을 제보해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김지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1월 30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복통과 설사는 흔한 증상이다. 문제는 그 증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때다. 배탈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넘기기 쉬운 증상 뒤에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 숨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10~30대 젊은 층 발병이 두드러지며 사회 전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김지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진료 현장에서 본 염증성 장질환의 특징과 치료 전략을 들어봤다.
서구화된 식습관에 증가하는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나뉜다. 한 번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지만, 초기에는 흔한 장 트러블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김지원 교수는 “최근 10년 사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놀라울 정도로 급증했다”며 “특히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2017년 약 6만 명에서 2021년 약 8만 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증가 배경으로 환경 요인의 변화를 꼽았다.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정제당과 초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었고 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장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은 증상이 비슷해 보이지만, 치료 전략과 관리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 점막층에 국한돼 비교적 표면적인 염증을 보이는 반면, 크론병은 장벽 전층을 침범해 협착이나 누공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대장 절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크론병은 소화기관 전반에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로 완치가 어렵다”며 “장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흔한 복통이나 설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일반 장염은 대개 1~2주 내 호전되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복통과 설사가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점차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증상과 함께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자꾸 살이 빠진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 관리 역시 치료의 중요한 축이다. 김 교수는 “흡연은 크론병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치료 반응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악화 요인”이라며 “금연은 치료의 일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주 역시 병행돼야 한다. 술은 장 점막을 손상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두통, 치통, 근육통이 있을 때 흔히 약국에서 사 먹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통증 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 점막 손상이 적은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주치의와 상의한 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젊은 환자 급증…제도 개선 등 지원 필요”
ⓒ데일리안 AI 디지털 아트
정밀의료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도 염증성 장질환 진단과 치료 환경을 바꾸고 있다.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내시경과 조직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지능형 내시경 검사는 내시경 검사에서 인간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점막 변화나 혈관 패턴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며 “질환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고,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들을 조기에 발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 밖에서 환자의 일상생활을 모니터링해 환장의 활동량, 수면 패턴, 식단 일기를 AI가 분석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의 미세한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며 “환자가 병이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 ‘사후 치료’에서 벗어나 악화 징후를 미리 발견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능동적 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국내 염증성 장질환 진료 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고해상도 대장내시경을 비교적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고, 항TNF 약제를 비롯해 선진국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약제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국내 의료 시스템에서 보험 급여 기준이 여전히 과거의 ‘단계적 치료’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약제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장 손상이 진행된 후에야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게 되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다학제적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이에 대한 수가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환자들에게 생활 습관, 식이 및 영양관리에 대한 교육이나 심리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가에서 산정특례 제도를 통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왔으나, 환자 수가 급증하고 질병의 만성화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가 차원의 정책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10~30대의 젊은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직장에서의 유연 근무제나 학교 출석 인정 등의 제도적 배려와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