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라 생명 위협하는 '간암'…조기 발견이 생존율 가른다[엑스레이]
입력 2026.02.01 06:00
수정 2026.02.01 06:00
사망률 2위·5년 생존률 39%
간경변·간염 환자서 발생 위험 급증
“조기 발견 시 완치 가능성↑…꾸준한 관리 필요”
눈에 보이지 않던 질병의 징후, 생활 속 위험 신호를 X선처럼 투명하게 비춥니다. '엑스레이'는 단순한 건강 정보가 아닌, 예방과 조기 대응을 위한 '생활 속 건강 진단서'입니다.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시그널을 포착해, 오늘의 건강을 과학적으로 읽어드립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간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I(챗GPT) 제작
매년 2월 2일은 ‘간암의 날’이다. 간은 흔히 ‘생명 유지 공장’으로 불릴 만큼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전환하고, 체내 독성 물질을 해독하며, 혈액 응고와 면역 기능까지 담당한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간에 발생하는 암 역시 초기 발견이 쉽지 않아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분류된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간암, 왜 늦게 발견될까?
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사망률은 11.7%로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5년 생존율은 39.4%로 전체 암 평균(72.9%)에 비해 크게 낮다. 치료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암은 여전히 발견 시점이 예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간암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초기에는 통증이나 불편감이 거의 없어 건강검진이나 정기 추적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병이 진행되면 복부 팽만, 체중 감소, 황달, 복수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치료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순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은 상당 부분 손상이 진행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간암 역시 발견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기검진이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조기 진단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만성 간질환이다. 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으로 만성 염증과 섬유화가 지속되면 간경변으로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간경변 환자의 상당수에서 간암이 동반되거나 이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대사증후군 증가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간암의 새로운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간암은 대부분 기존 간질환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만큼, 간염이나 간경변 진단을 받은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추적검사가 필수”라며 “위험군에서는 6개월 간격의 초음파 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가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생활 속 관리와 병행해야 재발↓
ⓒ데일리안 AI 디지털 아트
간암 진단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한 1차 선별검사로 시작한다. 이상 소견이 발견되면 CT나 MRI 등 정밀 검사를 통해 종양의 크기와 위치, 혈관 침범 여부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간암 종양표지자 검사도 병행한다.
치료 방법은 종양의 크기와 개수, 혈관 침범 여부, 환자의 간 기능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조기에 발견된 간암은 수술적 절제나 고주파 열치료 등 국소 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간 기능이 비교적 유지된 환자에서는 간 절제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며, 작은 종양의 경우 비수술적 국소 소작술로도 좋은 치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초기 간암 치료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간이식이 꼽힌다. 종양이 초기 단계에 해당하고 전신 상태가 적합할 경우, 간암과 기저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어 장기 생존율이 높다. 다만 공여 간 확보의 어려움과 대상자 선정 기준 등의 제한으로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종양이 여러 개이거나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간동맥화학색전술을 시행해 종양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하고 항암제를 직접 투여한다. 또 간암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 요법의 발전으로 진행성 간암에서도 치료 성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간암은 수술 후에도 2년 내 재발률이 30% 이상으로 보고될 만큼 재발률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정기적인 영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간염 치료, 금주, 체중 관리 등 원인 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간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적용 가능한 치료 방법이 많아지고 완치 가능성도 높아진다”며 “간질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검진을 생활화하는 것이 간암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