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실패 부지까지 싹 다 긁었다”…수도권 6만가구 ‘영끌’ 공급책 [1·29 부동산 대책]
입력 2026.01.29 15:42
수정 2026.01.29 15:54
용산·태릉CC·과천·성남 등 노른자위 부지 선정
서울 3.2만가구, 경기 2.8만가구 등 내년부터 순차 착공 목표
속도가 관건인데…협의 마무리 안 된 부지 ‘곳곳에’
ⓒ국토교통부
“몇 년 동안 수도권 주택공급이 매우 부진해서 국민 불안이 커지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영끌’해서 준비했다. 이번 공급방안은 부지 발굴 초기부터 관계기관이 합심해 마련한 만큼 실행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할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1·29 대책)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발표된 9·7 공급대책의 연장선상에서 수요가 높은 도심 핵심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역세권 등 수도권 우수 입지 487만㎡ 규모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한 6만가구 주택공급에 나선다.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인 3만2000가구가 서울 물량으로 경기에 2만8000가구, 인천 100가구 등으로 구성된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지는 서울 용산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해 총 1만가구, 캠프킴 부지에서 2500가구, 501정보대 부지에서 150가구 등을 공급한단 계획이다. 경기 과천 경마장 일대와 방첩사 부지는 통합 개발해 9800가구를 짓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엎어졌던 서울 노원구 태릉CC 부지도 다시 등장했다. 정부는 공급 물량을 종전 1만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이고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신속히 받도록 국가유산청과 협의하겠단 입장이다.
대책에 포함된 후보지 상당수가 도심 내 수요자 선호도 높은 알짜 입지란 점에서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단 정부 의지가 명확히 드러났단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기관 이전 및 인허가, 보상 등 후속 절차를 앞당겨 이르면 내년부터 실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진한단 계획이다.
김윤덕 장관은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가능한 준비를 제대로 해서 진행하면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과천 경마장 일대.ⓒ뉴시스
김영국 국토부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구 지정과 사업계획 수립 동시 추진 등 절차를 압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노후 도심과 3기 신도시 조성 등이 잘 진행돼야 하고 민간의 주택 건설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등을 포함해 2월, 3월, 계속해서 추가적인 부지를 포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도심 핵심지에 속도감 있는 공급’을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의 물리적인 시간 차가 존재한단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대책에 포함된 부지들 가운데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곳도 상당수라는 점 역시 불확실성을 더한다.
대표적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공급 물량을 놓고 서울시는 8000가구가 적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이보다 많은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태릉CC 역시 주민 반대로 사업이 무산됐던 전례가 있어 동일한 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마사회 소유 부지인 경기 과천 경마장 부지도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마사회 이사회 결정에 따라 경마장 이전 등 여부가 결정되는 데다, 지역 주민들 마사회 직원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많아 단기간 내에 합의점을 도출하기 힘들어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정부 대책에 반발하며 “현장의 여건과 지역주민 의사가 배제된 일방적인 대책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대책 실패를 반복하는 공염불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국공유지와 유휴부지를 활용해 주택 공급을 하더라도 발표한 부지들은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4곳을 제외하면 빨라야 2029년 착공이 가능하다”는 반박 입장을 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책의 핵심인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향후 조정 과정에서 물량 축소 또는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태릉 CC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과 동일한 리스크가 상존해 결국 발표 물량과 실제 착공 물량 간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구조적인 공급부족 문제도 지속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실수요자가 매매를 미루고 공급을 기다리려면 분양물량·주택형·예상 분양가·입주 기시 등 핵심 정보가 구체화해야 한단 견해다.
양 위원은 “시장 관심이 집중된 강남권은 서울의료원·강남구청 부지 등을 합산해도 1000가구 미만에 그쳐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입지 공급 갈증을 해소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게다가 서울 연간 주택 수요는 신규 가구 증가분 약 5만가구와 멸실 대체 수요 약 3만가구를 합산해 연간 8만가구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번 대책에서 서울 공급분은 4년간 3만2000가구로 연간 8000가구, 필요한 물량의 10%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아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은 확보하지 못했다”며 “중장기 공급 파이프라인 확충이란 상징적 의미는 있으나 현재 매매 시장의 수요를 대기 수요로 전환해 단기 가격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