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모범택시’ 시리즈를 지탱하는 ‘모범적인’ 행보 [D:인터뷰]
입력 2026.01.26 08:01
수정 2026.01.26 08:01
“연기만 잘하는 것 넘어…작품 임할 때 더 큰 책임감이 느껴”
“시즌4? 더 보여줄 것 남았을까. 비워내고 새로운 것 담고파”
세 시즌 연속 사랑을 받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낸 ‘모범택시’의 배우 이제훈이 시리즈를 끌어가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털어놨다. 작품 속 정의로운 김도기는 물론, 현실에서도 책임감을 잊지 않는다는 이제훈은, 왜 그가 ‘모범택시’ 시리즈의 중심인지 실감하게 했다.
2021년 첫 방송돼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모범택시’는 시즌2에서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됐다. 지난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와 최고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장수 시즌제’의 좋은 예를 남긴 ‘모범택시’ 시리즈의 중심에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택시기사 김도기가 있다.
ⓒ컴퍼니온
김도기를 연기한 이제훈은 한국의 대표 장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이 기쁘지만, 그만큼 큰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이 작품으로 2025 SBS 연기대상 대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는 이번 시즌, 설렘과 함께 걱정을 안고 출발했다며 우려를 언급했다.
“시즌1이 끝나고 나서 시즌2를 한다고 했을 때는 그냥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런데 시즌3을 할 땐 겁이 나더라. ‘또다시 김도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새로운 부캐(부캐릭터)들을 보여줘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다. 본캐 김도기도 있지만, ‘모범택시’ 시리즈에서는 부캐가 중요하다. 창조해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모습도 있지만, 계속해서 새롭게 보여야 하는 부캐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첫 회부터 만만치 않은 에피소드를 만나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했다. 모바일 게임으로 가장한 불법 사금융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을 시작으로, 이 불법 사금융 조직이 해외 인신매매 범죄까지 얽혀 있다는 사실이 베일을 벗는 과정이 1, 2회 안에 빠른 속도로 담기며 ‘모범택시3’의 큰 스케일을 짐작케 했었다. 커진 스케일만큼, 완성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제훈의 고민도 깊어졌다.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를 봤을 때부터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었다. 김도기는 아주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다. 일본어도, 영어 대사도 하는데, 그것도 능숙하게 해야 했다. 모든 걸 총망라해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었다. 대충 대사만 하려고 하진 않았다. 모국어로 해당 언어를 쓰는 사람이 봤을 때도 잘한다는 마음이 들도록 열심히 진땀을 빼는 시간들이었다.”
일본 배우 카사마츠 쇼를 시작으로 배우 윤시윤, 장나라, 김성규, 김종수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빌런 라인업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지루할 틈 없는 재미를 선사한 ‘모범택시3’이었다. 시즌을 거듭하며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의 활약이 예상 가능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현실에 발붙인 에피소드와 섬뜩한 빌런들의 활약으로 분노를 자아내면서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이제훈은 빌런 역의 배우들을 섭외한 과정을 밝히며 ‘모범택시’ 시리즈만의 긴장감 가득한 전개 비결을 예상하게 했다.
“촬영 감독님이 ‘굿파트너’를 하셨었다. 장나라와 인연이 있었다. 어떤 분을 모셔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 장나라가 언급이 됐다. 처음엔 다들 의아해했다. 늘 약자의 편에 선 선한 역할을 해오셨는데, 이런 역할을 받아들여 주실까 싶었다. ‘안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해주셔서 너무 기뻤다. 옆에서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로선, 내가 현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순간이 많진 않았을 텐데 이번에 정말 짜릿했다. 시청자들도 얼마나 놀라워하고, 신기해하고 재밌어할까 싶었다. 본캐 김도기와 만나는 장면에서 자신의 생각을 막 표출할 때는 놀라기도 했다. 이런 다른 모습이 또 있었나 싶더라. 무궁무진하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너무 짜릿했다.”
ⓒ컴퍼니온
마지막 회차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비상계엄을 막아내는 과정을 그리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제훈은 우리네 현실과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전개를 ‘모범택시’ 시리즈의 장점으로 꼽으며, 이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기 중이라고 말했다.
“2024년 12월, 우리에게 발생한 일이 있지 않나. 당연히 작가님께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드라마는 허구적인 상상력을 가미하기도 하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권력의 남용이 주는 여파, 그럴 때 시민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엔 김도기, 무지개 운수가 사건을 해결했었다면, 마지막 에피소드는 많은 이들의 소망이 함께 담겼었다. 대본을 봤을 땐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무지개 운수 팀과 함께 노력했다.”
시즌4에 대해선 마냥 ‘희망’만을 말하지 않았다. 시즌3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그림자를 드러내던 중, 매니저 역으로 춤까지 선보인 이제훈은 “이제 더 보여줄 것이 있을까”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뭉쳐 세계관을 이어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비워내는 시간을 가진 후 더 새롭게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본을 받고 나서 캐릭터를 연구하기 시작하는데, 그때 ‘어떻게 전 시즌은 생각나지 않게 하면서 매력을 줄까’ 고민하는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운이 좋게도, 가진 역량을 발휘하고 쏟아내 결과를 만든 것 같아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다른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 ‘내게는 정말 남은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모범택시’ 시리즈에 대한 부담감보다 앞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많은 작품들에 대한 것들이 그렇다. 나를 더 비워내며 새로운 걸 담아내야 한다고 여긴다.”
신인 시절에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목표만 보고 달려왔다면 지금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2021년부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며 회사 식구들을 책임지기도 한다. 배우 김의성이 이제훈에 대해 “수도승 같은 삶을 산다”고 평할 만큼, 연기와 일만 보고 달려온 이제훈은 앞으로도 능동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는 것을 넘어 어떤 작품을 할 때 더 큰 책임감이 크게 느껴진다.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의견을 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타입이고 반영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전반적인 과정에서 그 작품이 온전하게, 더 잘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게 다 반영될 수는 없겠지만, 다들 잘 들어주고 수용도 해주신다. 하는 사람들의 하나, 하나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제작에 대한 욕심도 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이 될 때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