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드리우는 97년 트라우마…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 진단 [추락하는 ₩ ③]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1.23 14:57
수정 2026.01.23 14:57

코스피 5000 돌파 속 1500원 환율 위협

수입 물가 6개월 상승…고환율발 민생 경제 타격

기업 해외 미환류 자금 1144억 달러…원화 매력 저하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2일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자산 시장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환 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평균 환율이 1422원을 기록하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연 평균 환율 1395원을 넘어선 점은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외환 건전성 양호…1997년과는 다른 구조적 이탈


당국은 현재 고환율 상황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한다.


가장 큰 근거는 외환보유액의 규모와 질적 차이다. 1997년 12월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까지 급감하며 사실상 국가 부도 상태에 직면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281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인 2012억 달러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한국은 현재 순대외금융자산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대외 채권국 지위에 있다. 과거 외환위기가 국내 은행과 기업들이 빌린 단기 외채를 갚지 못해 발생한 ‘유동성 위기’였다면, 지금은 대외 부채보다 채권이 많은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는 달러를 구하기가 용이한 상태이며, 은행의 외화 건전성도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달러의 ‘공급량’이 아니라 원화의 ‘매력’이다.


1500원에 육박하는 고환율 상황에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지 않고 해외 현지에 쌓아두는 ‘해외 미환류 보유금’이 1144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떨어지지 않는 환율…97년 위기와는 다른 양상


현재 고환율을 부추기는 대표 원인은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5% 수준인 반면, 미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고환율은 외부 충격에 의한 달러 부족보다는 대내외적인 심리적 쏠림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가 이례적으로 원화 약세에 대해 구두 개입성 발언을 한 만큼 원화 가치는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와 무관하게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평을 받는다.


당국은 현재 환율 상승 원인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1997년과 같은 시스템 붕괴 위험이 낮다고 해서 경제적 고통이 적은 것은 아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민생 경제에 타격을 준다. 2025년 12월 수입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이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는 달러가 부족해서 일어났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달러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당시에는 외환 보유가 적어서 외부 요인에 따라 환율이 널뛰었지만, 지금은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도 환율이 안 떨어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