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개신교 수사 가능성 시사…"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침해" [법조계에 물어보니 693]
입력 2026.01.22 17:01
수정 2026.01.22 17:55
목사 정치적 발언에 '정교분리 원칙 위반' 지적
이재명 대통령, '엄정 처벌·법률 보완' 등 시사
법조계 "정치적 발언 금지시킬 법적 권한 없어"
"만일 수사 대상 삼을 경우 '종교의 자유' 침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와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에 대한 '정교유착'을 수사 중인 가운데 개신교로 수사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를 빙자한 정치적 발언 등을 두고 정교분리 원칙 위반을 지적하며 '엄정 처벌'과 '법률 보완' 등을 시사했다.
정부가 종교 지도자의 정치적 발언마저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자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 논쟁이 확산 조짐이다. 법조계는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이를 금지시킬 법적 권한은 없으며 나아가 정치적 발언을 막을 입법을 시도할 경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유착과 관련해) 일부 개신교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주장이 있다"며 "경계가 불분명해 지금은 놔두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수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밭갈이할 때 큰 돌부터 집어내고 자갈을 집어내야지 한꺼번에 하면 힘들어서 못한다. 일단 큰 돌부터 집어내고, 다음에는 자갈도 집어내는 단계가 오지 않겠느냐"며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신교 목사들의 설교 내용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개신교가 최근 아예 대놓고 조직적으로 (정치 개입)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심지어 '이재명 죽이라'고 반복해 설교하거나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제목으로 설교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이 깨지는 이러한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고, 이번 기회에 법률도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구성된 합수본은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합수본 수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말 정교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지시한 데 따른 조처다.
합수본은 통일교와 신천지 관계자를 연일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교유착 의혹' 수사를 개신교로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의 김태훈 본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법조계는 통일교·신천지와 개신교의 사례는 동일 선상에 두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금품수수' 혐의 등은 종교 단체가 연루됐단 것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불법인 만큼 수사가 가능하나, 단순히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경우 '종교의 자유'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혁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종교인이 설교 중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 자체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영역이라, 이를 곧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그 발언이 구체적으로 명예훼손·모욕·선거법 위반 등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종교적 표현의 자유가 고도로 보장된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이유로 특정 종교에 대한 대대적 수사가 이뤄진다면, 이는 정교분리 원칙에서 요구하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수사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에 기초해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이뤄져야하며, 특정 종교를 차별하거나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단순히 종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발언을 한다고 해 이를 정치개입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교유착으로 보려면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이 서로 유착하거나 긴밀히 결합해 서로 운명공동체로 움직일 정도에 이르러야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종교인의 발언이나 행동이 특별히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 한 수사기관이 종교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실제 국가권력이 특정 종교의 행태에 대해 개입을 하는 것은 국가가 종교를 길들이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국가비상기도회. ⓒ연합뉴스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제재하기 위한 법률 제정이 이뤄질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단 의견도 나왔다. 종교인의 단순 정치적 발언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됐다.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법률사무소)는 "법률로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시키거나 이와 유사한 입법을 하는 것은 종교·양심·언론의 자유 등 헌법을 침해할 소지가 대단히 높다고 생각된다"며 "이 점은 정부도 잘 알고 있기에 직접적으로 종교인의 정치발언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두고 사법기관에서 수사에 들어간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우에 따라 종교 침해로 받아들여지거나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만일 수사를 한다면, 정말 필요한 범위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는 정도 이내에서 최소한의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