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에 맞선다"…삼성SDI, 유럽서 원통형 설비 확대
입력 2026.01.21 06:00
수정 2026.01.21 08:08
1분기부터 헝가리 법인 설비 발주 착수...협력사에 검사장비 등 수백대 규모 주문
BMW 차세대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 대응...시장 선점한 중국 CATL 추격 고삐
유럽 수요 둔화·실적 부진 정면 돌파...2028년 양산 목표로 원통형 승부수
삼성SDI 헝가리 법인. ⓒ삼성SDI
삼성SDI가 유럽 시장의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의 원통형 배터리 전환에 승부수를 던졌다. 최대 고객사인 BMW의 배터리 표준 변화에 대응하고, 적자로 돌아선 유럽 법인의 경영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분기부터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원통형 배터리 생산 대응을 위한 설비 도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이미 협력사 A업체에 원통형 셀 생산 라인에 투입되는 장비를 발주했으며, 주문 규모는 약 100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머신 비전PC'로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조립, 가공, 검사 과정을 자동화하는 첨단 시스템 장비다. 이외에도 복수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유사한 원통형 관련 설비 발주가 이어지고 있어, 전체 도입 물량은 최소 수백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장비는 고객사 주문에 맞춰 신기종에 적용될 원통형 배터리 생산을 염두에 둔 준비 단계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헝가리 생산거점 내 신규 원통형 라인 투자를 통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관련 준비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삼성SDI가 이처럼 원통형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표준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원기둥 형태의 셀을 다수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존 파우치형이나 각형 배터리에 비해 열 관리가 용이하고 대량 자동화 생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셀 규격 표준화가 쉬워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SDI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셀. ⓒ삼성SDI
이 같은 특성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중심으로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늘리는 추세다.
BMW의 전략 변화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BMW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노이에 클라쎄’를 중심으로 배터리 포맷을 기존 각형에서 원통형으로 전환하고 있어 삼성SDI로서도 더 이상 원통형 전환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이 전환 과정에서 CATL이 BMW향 원통형 배터리 공급 물량을 상당 부분 선점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CATL이 원통형 셀 양산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BMW 공급망에 먼저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CATL은 BMW 전용 물량 공급을 위해 중국과 유럽에 대규모 전용 생산 기지를 구축하며 초기 주도권을 잡았다.
십 수 년간 BMW와 ‘각형 동맹’을 맺어온 삼성SDI 입장에서는 원통형 대응이 늦어질수록 주력 고객사를 중국에 통째로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BMW의 원통형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기존 주력인 각형 폼팩터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여기에 삼성SDI의 실적 버팀목이었던 유럽 사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점도 대응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삼성SDI는 유럽 매출 비중이 40%를 상회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현지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한 원통형 배터리 전환 속도가 CATL의 선점 구도를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삼성SDI 유럽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수주 활동을 지속함에 따라 설비 투자와 신기종 양산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