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전쟁의 승부처 '패키징'…삼성·SK하닉, 설비 확장 가속
입력 2026.01.21 06:00
수정 2026.01.21 06:00
AI 가속기 고도화에 후공정 중요성 급부상
TSMC 독주 속 '병목' 변수…턴키 전략 부각
삼성·SK, 첨단 패키징 공정에 대규모 투자
SK하이닉스 신규 팹 P&T7 조감도ⓒ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시대를 대표하는 AI 가속기가 '패키징'이라는 새 전선(戰線)을 만들었다. 칩과 칩을 하나로 엮는 패키징 기술력이 AI 칩 시장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되면서다. AI 가속기의 진화가 이어지면서, 전공정만큼이나 후공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I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되던 기업의 역량이 정밀 패키징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패키징은 웨이퍼에서 생산된 개별 칩을 절단·정렬하고 전기적·열적 신호를 전달하도록 부품과 결합해 최종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결정하는 후공정 단계 중 하나다. 이는 특히 HBM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한다.
엔비디아, AMD 등이 내놓는 최신 AI 가속기 역시 GPU와 HBM을 고밀도로 결합하는 고급 패키징 기술을 통해 구현된다. 단일 칩 성능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자, 업계는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시키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곳은 대만 TSMC다. 대표 기술인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여러 개의 칩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2.5D 패키징 방식이다. 신호지연을 최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패키징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TSMC가 시장을 독점해오다보니 시장에는 '패키징 병목' 현상까지 등장했다. 이미 업계 안팎에선 TSMC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물량을 총족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빅테크들은 일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칩 공급망을 이원화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AI 가속기 관련 메모리와 파운드리, 최첨단 패키징을 한 번에 제공하는 '턴키 서비스' 제공이 매력적인 제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SK 모두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키징 설비 확장 및 고급 기술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다시 한 번 기술적 초격차를 확보하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가속기의 성능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패키징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주요 고객사들 역시 패키징을 중요한 역량이라고 평가하는 만큼, 첨단 패키징 기술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충북 청주에 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팹 P&T(Package & Test)7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시설은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의 후공정 전반을 담당하며, 전공정에서 생산된 칩을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P&T7은 SK하이닉스의 M15X 전공정 설비와 유기적으로 연계돼 전공정‧후공정을 하나로 묶는 통합 생산 체계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 공사는 올해 4월 착공해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에 2027년까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 시설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해당 팹은 HBM 등 AI 반도체 패키징 라인의 핵심 거점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패키징의 필수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딩 등 고급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자회사 세메스의 장비를 천안과 평택 공장에 각각 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높은 접합 밀도로 결합해 신호 지연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로, AI 및 고성능 컴퓨팅 분야의 패키징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