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이란 시위 사망자 폭증…“2000명 넘게 숨졌을 가능성”
입력 2026.01.12 07:04
수정 2026.01.12 07:18
HRANA, 538명 사망…이란 의장 “이란 공격하면 미군기지 등 표적”
트럼프, '군사 개입 옵션' 보고받을 듯…네타냐후 "폭정 굴레 벗겨야“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정부의 강경 진압 속에서도 이란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뉴시스
지난해 말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주 가까이 이어지며 사상자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인권단체들은 실제 희생자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2000명을 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중동 정세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기반한 단체 이란인권(IHR)은 10일(현지시간) 현재 이란 시위의 사망자가 최소 192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이란 당국이 현지에서 인터넷과 통신이 60시간 넘게 차단된 점을 지적하며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란에선 지난 8일 통신 차단 이후 정부 당국이 실탄을 사용해 강경 진압을 했고 사상자가 급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IHR은 지난 9~10일 사이 사망자가 집중 발생했으며,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서 시위 참가자로 추정되는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도 이날 사망자가 시민 490명, 군경 48명 등 모두 538명에 이르며 1만 6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 기관이 전날 집계한 사망자는 116명이었는데 사망자가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의료 현장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였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병원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기도실까지 시신 안치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진들은 “머리와 심장을 조준한 총상을 입은 젊은 시위자들이 계속 실려 온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보안 당국이 군용 소총과 산탄총을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소셜미디어(SNS)에도 수도 테헤란에서 촬영됐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영상은 테헤란의 카흐리자크 법의학센터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차량에서 시신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가방에 담긴 시신이 곳곳에 널려 있다. 여기저기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소리도 들린다.
창고나 체육관으로 보이는 장소에도 시신 수십 구가 널려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의 시신을 찾아 정신이 없는 모습이고, 신원을 확인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오열하고 있다. 마무드 아미리모가담 IHR 이사는 “지난 3일 간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차단된 이후 발생하고 있는 시위대 학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 소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과거 어느 때보다 자유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은 도울 준비가 됐다”며 “실제 작전이 단행될 경우 아픈 곳을 아주 세게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즉각적인 군사 행동이 임박했다는 신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테헤란 내 비군사 및 군사 시설을 포함한 구체적인 군사 개입 옵션을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고심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테헤란의 비군사시설을 포함한 여러 군사타격 시나리오를 보고받았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대규모 공중 타격 방안이 논의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TV가 공개한 영상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테헤란에서 차량이 불타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국의 중동 내 동맹국인 이스라엘은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적 공격을 가하면 중동 내에서 미국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에서 대이란 군사작전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권은 시위대를 외부 세력에 조종된 ‘폭도’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정부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란 의회 의장도 “미국은 오판하지 말라”며 “이란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경우 점령지(이스라엘)와 모든 미군 기지 및 함선은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으로 확산된 시위와 전통적 지지층 이탈로 이란 정권이 체제 유지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