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
입력 2026.01.01 07:30
수정 2026.01.01 07:30
권력 사유화와 책임 회피, 정치의 민낯 반복
통합·실용으로 포장된 인사 정치, 진짜 속내
정쟁의 소음 뒤에서 흔들리는 민생·고환율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응 제대로 살펴봐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신상발언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권은 연말까지도 연일 불편한 이슈들을 터뜨리며 혼란을 이어갔다. 그렇게 2025년이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까지 무엇이 불편했을까.
첫째,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갑질·특혜 의혹이다. 국정감사를 앞둔 상태에서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항공사에 호텔 숙박권 수수 및 특혜성 의전 요구,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부의장 업추비 사용, 장남의 국정원 채용 과정에 배우자 개입, 장남의 국정원 업무 등에 보좌진 활용, 차남의 대학 편입과 채용에 직접 관여….
안타깝게도 각종 의혹에 온 가족이 총출동이다. 현재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고발이 여러 건 접수된 상황이라, 그는 새해부터 굉장히 바쁘겠단 생각이 든다. 의혹이 누적되고 확산되면서 결국 지난 30일,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제 책임을 회피하고 덜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가린 뒤 더 큰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라는 말을 남겼다.
과연 그럴까.
이 사안이 당의 직책 하나를 내려놓는 것으로 끝날 문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일탈로 보기에는 의혹의 성격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범죄와 같은 일들을 여럿 저지르고도 말만 번지르르하다.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며, 그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째, 이재명 정부에서 통합과 실용의 원칙에 입각한 인사라는 점을 내세우며, 20년 만에 부활한 핵심 부처인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보수진영의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한 일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수 진영에 혼란과 충격을 주는 동시에, 향후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만약 이혜훈 후보자가 이러한 정치적 맥락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직을 수락했다면 너무나 무지한 것이고, 이를 알고도 수락했다면 개인적 욕심에 스스로 눈과 귀를 멀게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태껏 정치를 하면서 쌓아 왔던 자신의 발자취를 모두 삭제하기까지 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후자일 확률이 높다.
특히 그는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국민의힘 중·성동을 당협위원장 직을 유지하면서 당의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 참여해 온 점, 그리고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온 저 이혜훈의 입장과 똑같다"라고 밝힌 점은 당과 지지자 그리고 국민을 기만한 처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자리를 위한 그의 자기부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셋째, 2022년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의 금품 수수 관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 그의 보좌관이 특정 인물로부터 1억 원의 금품을 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녹취가 공개되었다. 공교롭게도 대화 상대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
지방선거를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당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묵묵히 선거를 준비해 온 예비 후보자들과 당원들, 그리고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리고 정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래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냉소와 불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됐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렇게 정치권을 둘러싼 불편한 일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생과 직결되어 있는 '환율'과 '부동산' 문제다. 우리의 일상은 환율과 부동산 앞에서 흔들리고 있으며, 이 두 지표는 현 정부의 '경제 인식'과 '대응 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해 연말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39.0원으로 결정됐다. 1500원의 턱 밑까지 근접했던 환율을 연말까지 낮추기 위해 지난 24일 정부는 "정부의 강력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수위의 구두개입성 발언을 시장에 던졌다. 또한 26일에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에 나섰다.
이에 따라 환율은 단기적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그동안 환율을 끌어올린 근본적 요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운영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재정 부담을 키우는 정책 기조를 고수한다면, 환율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민생을 뿌리째 흔들어놓게 될 것이다.
또한 요즘 2030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부동산 문제로 울상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온 만큼, 사회적으로 매우 예민한 분야다.
그러나 공급 정책, 치밀한 논의, 책임감 없는 정부의 '3無 부동산 정책' 실행으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해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정부 공인 시세로는 처음으로 3%대를 돌파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정치권은 늘 정쟁에 휩싸이고, 그곳에서는 많은 이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생'과 직결되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 있으며, 정부가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해나가는지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쟁의 소음이 아니라, 그 소음 속에서 무엇이 가려지고 있는가이다.
정부는 지금 우리 국민의 우려가 들리지 않는가. 높은 환율은 국민의 자산을 다양한 형태로 잠식하고, 부동산 문제는 국민 삶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2026년의 출발선에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는 정부의 기민한 판단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다.
ⓒ
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