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일 때 존재한다”던 뉴진스가 짊어진 정체성 재정립의 기로 [D:이슈]
입력 2025.12.31 08:29
수정 2025.12.31 08:30
어도어가 멤버 다니엘과의 전속계약 해지를 공식화함에 따라, 그룹 뉴진스가 데뷔 이래 최대의 변곡점을 맞았다. 그간 멤버들 스스로 ‘5인의 뉴진스’를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이들에게 이번 변화는 단순한 멤버 결원을 넘어 팀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어도어
지난 29일, 어도어는 다니엘의 전속계약 해지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어도어 측은 “전속계약과 저촉되는 계약을 체결하고 독자 연예활동을 하거나 당사 및 뉴진스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등 전속계약 위반 행위가 발생했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기한 내 시정이 이뤄지지 않아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니엘을 제외하고 하니, 해린, 혜인은 팀 복귀를 확정 지은 상태다. 민지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뉴진스는 4인 체제로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어도어는 “당사와 아티스트는 팬들과 대중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오해를 완전히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으나, 팬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유는 뉴진스가 데뷔 당시부터 “뉴진스는 다섯 명일 때 존재한다”는 서사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팀의 기획 단계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미학적 원칙이었다. 이른바 ‘뉴진스맘’으로 불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역시 멤버들이 어도어 복귀를 발표했을 당시 같은 발언을 하면서 멤버 5인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완성된 브랜드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즉 멤버 1인의 부재는 산술적인 전력 손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팬덤 역시 멤버 이탈이 그동안 뉴진스가 지향해 온 ‘결점 없는 미학적 완성도’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팬덤 ‘팀 버니즈’는 다니엘의 계약 해지 발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팬들의 격렬한 반대와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뉴진스 완전체를 해체시키는 것은 뉴진스의 가치를 훼손하고, 예술적 자유를 짓밟고, 날개를 꺾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팬덤의 이탈과 비판적 여론은 향후 4인 체제 활동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팬덤이 뉴진스의 변화를 ‘성장’이 아닌 ‘해체적 변형’으로 규정할 경우, 브랜드 충성도는 급격히 하락할 위험이 있다.
어도어에게도 현재의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어도어는 멤버들의 복귀에 따라 민희진의 프로듀싱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기존 뉴진스의 성공 공식이 민희진의 디렉팅과 5인 체제의 결합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체제의 뉴진스와 새로운 프로듀싱 역량으로 팬덤을 설득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니엘 및 다니엘의 가족 그리고 민희진 전 대표와 얽힌 법적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의 이름이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슈와 결부되는 것도 치명적이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대중에게 각인된 ‘분쟁 중인 그룹’이라는 이미지는 뉴진스가 추구해 온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한 케이팝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내막은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표면적인 것들로만 봤을 때는 사실상 어도어가 소송 과정에서 멤버들의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해왔던 것과 다니엘에 대한 계약해지 통보는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뉴진스라는 팀이 쪼개진 것은 안타깝지만 현재의 뉴진스에게 남겨진 가장 시급하고도 본질적인 숙제는 새롭게 정비되는 뉴진스에 걸맞은 팀 정체성을 다시금 정립하는 일”이라며 “단순히 결원을 메우거나 이전의 것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4인(혹은 3인이 될지도 모르는)이 만드는 고유의 균형감과 음악적 정체성을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