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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건물주·임차인 보험사 같다면 구상금 청구 불가"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5.12.29 10:52
수정 2025.12.29 10:52

메리츠화재, 식자재마트 상대 구상금 청구 소송

1심 "이미 배상" 기각…2심 "일부 대위권 가능"

대법 "피해액 60% 보험금 이미 충당" 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DB

건물주와 임차인이 같은 보험사와 화재보험 계약을 맺었다면 임차인 과실로 화재가 발생해도 건물주에게 지급한 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의 대위(제3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그가 가진 권리를 얻거나 행사)권 행사는 제한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지난달 메리츠화재가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건물을 임차해 식자재 종합유통마트를 운영해 온 A씨는 2022년 8월 가게에서 불이 나 약 6억9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A씨는 화재보험 및 타인 재물배상 책임을 포함하는 책임보험 계약을 메리츠화재와 체결한 상태였는데 공교롭게도 건물주가 체결한 소유자 보험 계약의 보험자도 메리츠화재였던 게 이 소송 발단이 됐다.


건물주는 임차인 A씨가 가입한 임차인 보험을 통해 4억9000만원을 배상받았다. 이어 자신이 든 소유자 보험을 통해 2억원을 받아 사실상 모든 손실을 보전받았다. 메리츠화재는 이 가운데 건물주가 가입한 보험으로 지급된 2억원은 임차인이 물어줘야 한다는 취지로 보험자 대위에 의한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A씨에게 제기했다.


쟁점은 보험사가 소유자 보험금을 지급한 뒤 임차인에게 보험자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보험사 청구를 기각했다.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구조였던 점 등을 감안해 배상 범위를 건물주가 입은 피해액의 70%인 4억8000만원 상당으로 책정하고 이미 임차인이 가입한 보험으로 해당 금액이 배상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책임으로 불이 났다면 A씨가 가입한 보험의 지급분 2억원 일부에 대해 보험자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보험사 청구가 정당하다며 A씨가 2억원의 60%에 해당하는 약 1억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시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보험자 대위권 행사가 가능하려면 A씨의 손해배상 책임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이미 A씨가 피해액 60%에 해당하는 약 4억1000만원을 초과한 4억9000만원을 보험금으로 충당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 계약의 책임보험자가 원고(메리츠화재)인 이상 원고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채권자인 동시에 채무자가 되고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와 손해를 배상해 줘야 할 의무가 함께 발생하는 현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보험사가 보험자 대위권을 행사해도 A씨와 이미 책임보험이 체결된 상태인 만큼 스스로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게 대법원의 지적이다. 대법원은 "보험자 대위권 행사를 허용할 경우 순환소송을 인정하는 결과가 돼 소송경제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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