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1조 규모' 미국 제련소 짓는다…2.8조 유증도(종합)
입력 2025.12.15 19:53
수정 2025.12.15 19:58
미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구축 추진
비철금속 13종 연 54만t 생산…2029년 상업 가동 목표
미 정부 투자·지원 결합해 북미 핵심광물 공급망 전략 거점 확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기 위한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15일 밝혔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자본적지출(Capex) 기준 약 10조원이며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원이다.
세계 각국의 자원무기화 추세가 심화되며 일부 국가들의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영향력이 심화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도 중대한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약 65만㎡(약 20만평) 규모로,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하며, 2029년부터 단계적 가동과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당 시설은 연간 약 110만t의 원료를 처리해 54만t 규모의 최종 제품들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총 13개 제품으로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비롯해 금·은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 황산도 생산된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을 통해 발표된 미 내무부의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돼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이면서 공급 차질 위험이 높은 광물을 지정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이번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은 사업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북미 전략 거점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 입장에서 투자와 규제, 정책 예측성이 높은 미국에서 생산 거점을 구축하게 되면 지정학적 변동성과 수출 규제, 물류 차질 등 글로벌 리스크를 사실상 기회로 전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현지에서의 원료·스크랩 소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기업 차원의 탄력적인 대응도 가능해진다.
미국 제련소 건설에는 먼저 미국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함께 마련한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가 투입된다.
고려아연은 해당 자금과 기타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수행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제련소 건설 및 관리감독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미 상무부는 CHIPS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장비 조달 및 그 밖의 목적을 위해 자금 2억1000만달러(약 3100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제련소 건립 예정지인 테네시주의 니어스타 제련소 클락스빌 부지는 지반 및 배수, 지하수 등 제련소 운영을 위한 제반 조건이 우수하고, 물류 접근성 역시 양호하다는 평가다.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가 50년 가까이 운영돼 와 아연 공정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 수백여 명의 고용 승계가 가능하다. 이 같은 인프라 활용을 위해 고려아연은 니어스타 클락스빌 제련소 인수에 대한 합의에도 이른 상태다.
또한 제련소 원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인 전력 공급가가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전력비 절감 효과가 큰 만큼 가공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각종 지원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테네시에서 추진되는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은 항공우주·국방,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자동차, 산업 전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최첨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리는 핵심광물을 대량으로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외국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단호하게 강화하게 된다”며, “구체적으로 미국은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권한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파인버그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미국의 국방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보고, 행정부 차원의 최우선 과제로 삼도록 지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로 투자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지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하는 이번 결정은 지난 50년간의 제련 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며 “테네시주에 들어설 신규 제련소는 750개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항공우주·국방·전자·첨단 제조 전반에서 병목 없는 전략광물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전력 증폭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내 통합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고려아연은 항공우주,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미국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건설을 위해 2조850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공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