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DC·'왕좌의게임' 등… '워너 인수전' 넷플릭스 초거대화 그늘에 긴장 [D:영화 뷰]
입력 2025.12.15 07:03
수정 2025.12.15 07:03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OTT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한 넷플릭스가 ‘해리 포터’ ‘DC 유니버스’ ‘왕좌의 게임’ ‘프렌즈’ 같은 헤리티지 IP를 흡수한다면, 플랫폼 경쟁의 추가 기울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범문화적 영향력’의 재편이 일어나는 셈이다.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로고
영화계에서도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초대형 빅딜을 향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스트리밍 중심의 넷플릭스가 극장 기반의 전통적인 영화 산업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타이타닉’ ‘아바타’로 대표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번 합병을 두고 “영화 산업 전체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소속된 미국감독조합(DGA) 역시 “산업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의 극장 개봉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영화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가 “극장 영화는 이미 죽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온 만큼, 넷플릭스의 약속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번 합병을 두고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정복이 사실상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우려를 더했다.
이 지점에서 한국 영화·콘텐츠 업계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초거대 IP가 단일 플랫폼의 자산으로 귀속되는 순간, 다양한 창작 방식과 시선이 공존해야 할 생태계는 넷플릭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제작 현장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공급이 극장 개봉보다 우선되며, 캐스팅·제작 규모·서사 구조까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워너까지 흡수되면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플랫폼의 하청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도 존재한다. 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가 조건부 합의를 한 후 파라마운트가 ‘적대적 인수’를 선언했다. 파라마운트는 워너 주주에게 주당 30달러를 제시하며 넷플릭스(27.75달러)를 앞섰고, 전체 인수 규모는 약 900억 달러로 넷플릭스의 제안을 크게 웃돈다.
워너 이사회는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넷플릭스와의 기존 합의를 철회하지 않는다”고 못 박으며 혼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핵심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될 강도 높은 반독점 심사다. HBO맥스를 보유한 경쟁 스트리밍 기업을 넷플릭스가 흡수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 집중과 소비자 피해를 우려하는 규제 당국의 심사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전략 조정 혹은 사업 구조의 재편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창작 환경에는 이러한 글로벌 변동성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미 넷플릭스 참여 여부가 배우 섭외력, 제작비 조달, 해외 판매 전망의 기준이 된 현실에서, 워너 인수까지 더해질 경우 선택받는 작품과 밀려나는 작품의 격차는 더욱 극명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월드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한 이후에도 극장 개봉 정책을 유지하며 창구 다변화를 오히려 강화했던 사례처럼, 넷플릭스가 워너의 방대한 극장 배급 시스템을 활용해 스트리밍 단일 체계를 보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워너가 축적해온 전통적 배급 방식과 글로벌 IP 운영 경험이 넷플릭스의 일방향 전략과 충돌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균형점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인수전이 어떤 방향으로 귀결되느냐가 향후 글로벌 콘텐츠 질서의 무게중심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