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위법보다 더 큰 위기인 이유
입력 2025.12.13 08:08
수정 2025.12.1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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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가 큰 위기에 빠졌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여성 예능인 중의 한 명이었는데 현재 논란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만약 불법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 받고 자숙하게 될 것이다. 불법 의료 시술 같은 건은 그렇게 적당 기간 자숙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박나래가 처한 상황이 심각한 것은 불법 여부보다 더 대중 정서에 역행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갑질 의혹이다. 박나래가 전 매니저들을 하루 종일 대기시킬 정도로 업무를 과중하게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나래의 파티 준비 및 뒷정리를 매니저에게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나래는 술 파티를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간다’고 할 정도로 크게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음식이 끝없이 나온다는 말도 나왔었다. 이런 정도로 사람들과 술자리를 계속 즐기면 치워야 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무절제하게 즐긴 술자리의 뒷정리는 정말 고된 노동이다. 심지어 내가 마신 것도 아니고 남이 마시고 즐기는 동안 대기하다가 뒷정리를 해야 했다면 그 당사자의 심정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건 한 쪽의 주장을 담은 보도 내용이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확언할 순 없다. 다만 이런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언론에 나오다보니 박나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박나래는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시절엔 톱스타가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망가짐을 불사하는 분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위상이 상승했다. 그게 대중에겐 약자의 성공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박나래에게 감정이입하고 응원했던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박나래는 화려한 입담으로 빵빵 터뜨리는 것보다는 인간미가 느껴지는 진행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때는 그녀가 사람들을 초대해 즐긴다는 파티도 미담의 일종이었다. 지인들에게 음식을 먹이면서 나낌 없이 나누는 사람, 소탈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갑질 의혹은 이런 이미지 정반대편에 있는 것이어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전 매니저들은 박나래가 일을 과중하게 시키면서 폭언을 하는 등 인격적으로도 무시했고 돈까지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이 허위주장으로 돈을 요구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박나래의 해명과 고소 이후에도 전 매니저들이 추가 주장을 이어나가고 언론의 의혹 보도가 날마다 쏟아지자 박나래의 ‘좋은 사람’ 이미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런 이미지의 붕괴가 박나래에게 가장 심각한 위기다. 약자들 위에서 군림하면서 지인들과 파티를 즐긴 게 맞는다면, 설사 그게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고 해도 대중 정서법 상으론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다.
박나래는 전 매니저들이 허위 주장을 한다며 고소한 상태다. 현재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쏟아지는 의혹 보도에 신빙성을 두고 있다. 그래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 박나래 측에선 진흙탕 여론전보단 법정에서의 깔끔한 정리를 원하는 것일까?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법정에서 확실하게 풀어야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박나래 불법 의료 의혹 관련해선 ‘주사 이모’에 이어 ‘링거 이모’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사 이모’라고 불린 이는 논란의 와중에 직접 등판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보통 연예인 불법 의료 사건에서 시술자인 일반인이 논란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다. 언론도 일반인은 뒷전이고 당사자도 숨으려 한다. 그런데 이번엔 당사자가 사진까지 내걸면서 본인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런 논란에서 거의 사상 최초의 모습이다.
그렇게 이례적으로 직접 나설 정도면 ‘정말 억울한가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주사 이모의 주장은 의사 단체에 의해 바로 반박 당했다. 의사 단체의 말이 맞는다면, 주사 이모는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온 국민에 대해 했다는 말인가? 너무나 의아한 상황인데, 주사 이모가 연예인 등 유명인과의 친분을 과시해왔다고 해서 더 논란이 커진다. 이러니 박나래는 당분간 논란의 중심인물로서 부정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나래는 지금 일부 잘못 인정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그걸 입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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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