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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은 정원오?'…대통령 공개 칭찬에 경쟁자들 '난감'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5.12.10 00:10
수정 2025.12.10 00:10

차기 서울시장 선거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 칭찬 발언 파장

민주당 후보군들…속내 복잡

전당대회 김민석 후보 상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충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내년 지방선거 채비에 한창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시장 후보 중 하나인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을 공개적으로 칭찬하자 정치권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노골적 정치개입"이라는 야당의 성토는 물론, 민주당 내 다른 후보들 사이에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민주당 후보군들 일각에서는 지난해 전당대회가 떠오른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당시 당대표 후보가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現 국무총리)의 득표율 부진에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자 결국 김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으로 최종 당선됐던 전례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 가장 먼저 차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홍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부럽다"며 "결국 정원오 구청장이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인간적으로 부럽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SNS에 "정 구청장이 일을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내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기초자치단체장 실명을 언급하며 공개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후 정 구청장은 SNS에 "원조 '일잘러'(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후 관건 선거 파장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성남시장 재직 당시를 회상하며 말한 것일뿐, 지방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당초 이날 서울 성동구를 방문할 예정이었다가 일정을 취소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대통령실 관계자와 통화하다가 분위기를 물었는데 이렇게 기사가 쏟아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오래 전부터 대통령이 오늘 성동을 방문할 일정을 잡았었는데 오늘 방문하면 '특정인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오해가 커질까 싶어 일정을 취소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연합뉴스

박 의원 외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현직 국회의원은 박주민·전현희·서영교 의원 등이다.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공개 칭찬 이후 다른 후보군들은 일단 관망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양새다. 일부 후보 측에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당시 최고위원 후보에 이 당시 대표 후보가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줬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 시기엔 대통령 발언 하나하나에 후보들이 움찔하는데 대통령의 의도를 모르겠다"며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버스 사고 문제' '종묘 앞 세운지구 재개발 논란' 등에 대한 공세로 기세를 끌어올리던 중 나온 발언이라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는 지난해 전당대회가 오버랩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선거 초기라서 좀 지켜봐야겠지만,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시 대통령께서 당대표 후보 시절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와 차량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했고,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냐'고 하자 결국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앞서 이 당시 당대표 후보는 지난해 7월 20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것이냐"고 했고, 그를 자신의 차로 불러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함께하며 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당초 김 당시 후보는 전당대회 1주 차에 12.59%로 4위에 머물렀으나, 이후부터 실시된 순회 경선에서 내리 1위를 차지했고 결국 수석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김 후보는 당시 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 발언이 내게) 관심을 모으는 기점이 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 구청장 칭찬 발언 직후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선거개입을 했다는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인물을 노골적으로 띄우는 '선거 개입 신호탄'"이라며 "'명심 오더'이자 대통령발(發) 사전선거운동"이라고 지적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도 "단순한 덕담이 아니라 노골적인 '공천 가이드라인'이자 관권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하는 위험한 신호탄"이라며 "지금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냐, 아니면 여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냐"라고 비판했다.


현역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은 오히려 정 구청장을 호평했다. 오 시장은 지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출장기자단 간담회를 갖고 "(정 구청장은)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인다"며 "그분은 내가 일찌감치 일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처럼 식견의 측면에서 다른 (민주당)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입장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을 향한 민주당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서는 "초기 시행착오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비판 일변도인 민주당 후보들의 식견을 보면 한계가 있다고 느껴진다"며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그동안 서울시 행정에 거의 무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치에 닿지 않고 생뚱맞은 코멘트를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시민들은 이미 판단이 섰겠다고 생각한다"고 냉소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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