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사업비 1년만에 4조 '쑥'…제살깎기 경쟁에 커지는 비용출혈
입력 2025.04.15 07:29
수정 2025.04.15 08:04
작년 쓴 금액 23조 육박… 보장성 보험 판매경쟁 영향
삼성생명 5조 넘어서며 최대…신한라이프도 2조 돌파
늘어나는 비용에 소비자 부담↑…"비용 절감 모색해야"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쓴 사업비가 1년새 4조원 넘게 불어나며 2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으로 인해 보장성 보험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상품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비용출혈이 커지는 모습이다.
15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 22곳이 지출한 사업비는 총 22조9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4조3504억원) 늘었다.
사업비는 보험 계약의 체결 및 관리에 드는 비용을 뜻한다. 사업비에는 신계약 유치에 지출된 신계약비와 계약관리에 필요한 유지비로 나뉜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쓴 사업비는 5조572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대비 22.9%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은 4조2175억원으로 29.7%, 교보생명은 2조6522억원으로 20.2% 증가했다. 신한라이프생명도 같은 기간 대비 42.0% 늘어나며 2조340억원을 기록하며 조 단위로 집계됐다.
그 외 ▲동양생명(9934억원) ▲NH농협생명(9798억원) ▲라이나생명(9662억원) ▲KB라이프생명(8595억원) ▲메트라이프생명(7398억원) ▲DB생명(7024억원) 순으로 사업비 규모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생보사 중 사업비를 1년 사이 크게 늘린 곳은 하나생명으로 나타났다. 하나생명은 전년 대비 79.4% 폭증한 3247억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사업비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건강보험 유치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2023년에 도입된 IFRS17에서는 건강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이 새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CSM을 많이 확보할수록 실적이 개선된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장성 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은 생보사뿐만 아니라 손해보험사도 판매할 수 있는 제3보험 영역에 속해 보험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출혈경쟁에 늘어나는 사업비 때문에 소비자의 보험료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사실상 어쩔수 없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회계제도가 바뀌면서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사업비가 늘었다"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장성보험을 얼마나 파냐에 따라 이익과 매출로 잡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제3보험은 생·손보사 모두가 취급하고 있어 다른 보험사 대비 경쟁력 있는 보험을 만들 수 밖에 없는 탓에 사업비 지출이 커지고 있다"며 "일각에서 사업비확대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가격 경쟁력으로도 다른 보험사를 이겨야하기 때문에 쉽게 보험료를 인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