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이 양육에 무심한 것 같아요.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요?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㉛]
입력 2025.03.18 14:08
수정 2025.03.18 14:08
부부는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을 함께 헤쳐나가지만, 특히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기 시작하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더욱 많아지는 것 같다. 때문에 결혼보다는 출산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는 사람들도 꽤 된다. 그리고 이 시기는 부부 간의 갈등이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이나 체력은 점점 부족해지고, 육아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정답’은 없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나만 애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 더 커지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남편이 아이 양육에 무심한 것 같아요.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요?
올해로 28개월이 된 아들을 키우는 A씨는 요즘 마음이 부쩍 외롭고 일상이 버겁다. ‘모든걸 혼자 감당한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쁘다. 이 아이를 만나기 전의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하다. 하지만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원체 에너지가 많아서 집에 있으면 계속 뛰어다니거나 칭얼거리는 데다가, 두 돌 즈음부터는 부쩍 고집도 세지고 떼도 늘어서 실랑이 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훈육을 한다고 하지만 이게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 상황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남편의 태도이다. 양육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가 너무 어렵다.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자연스럽게 크는거야, 너무 신경 쓰지마’라는 말로 일축해버린다. 물론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남편은 근무지가 멀어서 새벽에 출근하고 아이가 잠들 즈음에 퇴근한다. 게다가 출장도 잦은 편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아이를 보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고,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가 많지 않다. 그리고 주말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놀아주기도 한다. 다만 아이가 ‘엄마 껌딱지’이다 보니 주말마저도 남편과 보내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래도 남편의 미온적인 태도가 답답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A씨와 남편의 마음상태 및 성향 등을 확인하고자 MMPI-2, TCI, 문장완성검사 등의 정서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부부 모두 책임감 높은 편/ 배려를 잘 하지만 자기표현이 어려운 아내/ 사고방식이 단순명료해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남편
검사 결과, 부부 모두 책임감이 높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좋은 편으로 고려된다.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또한 부부 모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름대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통의 방식에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아내인 A씨는 기질적으로 신중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원만한 관계를 중요시하는 편으로 고려된다. 이에 대체로 타인을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의 불편감이나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나타났을 수 있겠다. 나름대로 육아나 훈육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편은 정서적 예민성이 높지 못하고 사고방식이 단순명료한 것으로 고려된다. 물론 이는 업무를 처리할 때는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이를 예민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지금 해야 할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아내의 불편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아내의 표정이나 말투, 전반적인 태도에 섬세한 관심을 가지면서 교류하는 것은 어렵고, ‘아내가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양육장면에서도 이어져서, 아이를 나름대로 잘 관찰해가며 양육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주말에 나름대로 양육에 열심히 참여해도 아이가 원하는 바를 캐치하기 어려웠을 수 있겠다. 그리고 아이는 점점 더 ‘엄마 껌딱지’가 되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자 제안 : 아내는 ‘자기표현’ 연습이, 남편은 주변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
우선 A씨는 좀 더 ‘표현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물론 남편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람’이면 정말 좋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남편은 그렇게 섬세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때문에 ‘이런 말을 해서 괜히 싸움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지 말고 우선 불만이나 요구사항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를 권한다. 남편은 단순명료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의외로 쿨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더불어 남편은 아내와 자녀를 좀 더 ‘유심히’ 관찰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몸으로 놀아주거나 장난감으로 아이를 놀아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때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또한 아내와 대화할 때도 ‘대화의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아내가 말투와 표정으로 표현하는 여러 감정들을 알아채기 위해 잘 관찰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부부는 모두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대화도 부부생활에 꼭 필요할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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