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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의 경쟁사 지분 사들여 대박 친 호반…문제는 없을까?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3.17 17:06
수정 2025.03.17 20:14

LS전선·대한전선 소송 판결 전 기습 매입

96만~99만 주 보유 추정...지분 약 3%

'단순투자'라지만...압박용 카드 해석도

美선 동종업계 주식 보유 '그림자 내부 거래'로 봐

호반건설 사옥 전경. ⓒ호반건설

대한전선과 LS전선의 특허소송 2심 판결 직전까지 ㈜LS 지분을 매입한 호반그룹의 거래 목적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전선의 모회사인 LS의 지분을 사들인 만큼 목적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이 보유한 LS의 지분은 3% 가량으로 추정된다. 매입한 주식 수는 96만~99만 주로 예상된다.


호반그룹 측은 이번 지분 매입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케이블 등 전력관련 사업의 업황과 전망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래 성장을 내다본 투자라는 게 호반의 설명이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LS 지분은 5% 미만으로 공시 대상이 아닌 만큼, 지분을 매입한 날짜를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증권업계는 호반그룹이 2월 초부터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진 12일 종가(10만1800원)와 단순 비교해보면, 차익이 적지 않다. 이날 LS의 종가는 12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일 종가(983억원)와 17일 종가(1212억원)의 주식 총 보유금액을 단순 비교하면 229억원의 시세차익이 나온다.


비록 추정에 기반한 단순 계산에 불과하지만, 차익 실현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지분 매입을 '투자 목적'이라고 밝힌 만큼 호반그룹이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선 호반그룹의 이같은 차익실현을 '단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반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LS전선이 특허소송을 벌이는 중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호반이 LS의 지분 3%를 확보하게 되면 회계장부 열람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의 발동이 가능해 LS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이사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호반그룹은 소수 지분만으로 LS그룹에 대한 압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S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비상장 자회사인 LS전선 지분 92.3%를 소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하며 전선 사업에 진출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2019년부터 소송전을 벌이며 대립해왔다. 지난 13일 2심 재판부가 LS전선의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대한전선은 2심 결과에 불복하며 상고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미국에서 업계 정보를 활용해 경쟁사에 투자, 이익을 취한 거래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가 업계에서 조명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오제약업체 메디베이션의 임원 매슈 파누와트는 2016년 화이자의 메디베이션 인수 소식에 당시 자사와 연관된 경쟁사 인사이트의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옵션을 매수했다.


실제 화이자의 메디베이션 인수 소식이 처음 공개된 당일 인사이트의 주가는 8% 급등했다. 파누와트는 이 거래로 12만 달러(약 1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SEC에 따르면 파누와트는 화이자의 메디베이션 인수 소식을 접한 지 7분 만에 옵션 거래를 완료했다. 파누와트는 옵션을 매수한 뒤 불과 며칠 새 일부를 처분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SEC는 이를 자사 내부 정보를 활용해 다른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그림자 내부자 거래'라고 이름 지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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