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에 민주주의 전파 VOA·RFA 대폭 축소…사실상 해체 수순
입력 2025.03.17 12:02
수정 2025.03.17 12: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인력·기능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하면서 공산권 국가 등에 민주주의를 전파하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사실상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1942년과 1996년 각각 시작된 VOA·RFA는 한국어 서비스 제공을 통해 한반도, 특히 북한 인권 및 대북정보 유입 등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곳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VOA 기자들은 15일 오전(현지시간) 행정 휴가를 통보하는 e메일을 받았다. VOA 직원의 대부분인 1300명가량 통보받았으며, 회사 건물 및 시스템 접근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미디어국을 해체에 가깝게 구조조정을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VOA 직원들은 사실상 휴직 상태에 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전날 연방정부 조직 축소에 관한 추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 대상은 USAGM 외에 ▲연방 조정·화해 서비스(FMCS) ▲박물관·도서관 서비스(IMLS) ▲노숙자 문제 협의회 ‘정부기구간 홈리스 대책 위원회’(USICH) ▲지역개발 금융기관 ‘커뮤니티개발금융기금’(CDFIF) ▲소수민족기업 지원용 ‘소수계비즈니스개발청’(MBDA)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미디어국은 해외 대상 매체인 VOA·RFA·RFE(자유유럽방송)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기관이다. 북한·중국·러시아·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 자유 언론이 위협받는 국가에 뉴스를 제공해 민주주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연간 예산은 2억 7000만 달러(약 3906억원) 규모이며, 2000여명의 직원들이 한국어를 포함해 49개 언어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글로벌미디어국 산하 언론사 중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당시부터 종종 불만을 표출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19년 VOA가 친중·친러 행보를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VOA는 중국 반체제 인사를 인터뷰 한 기자를 해고했는데, 중국 정부의 압력을 받았다는 논란이 있었고, 같은 해 VOA는 러시아 출신 기자를 채용했는데, 과거 그의 반미 선전 영상을 제작한 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들이 더 이상 급진적인 선전에 휘둘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2019년부터 최근까지 VOA의 몇몇 행보를 비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일부 VOA 기자들은 소셜미디이어(SNS)에 '반(反)트럼프' 성격의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고,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에 '테러리스트'라는 표현 사용을 제한했다. 또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호의적이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