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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취임 하자마자 '폭주'… 현대차·기아, '전기차 난항' 길어진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5.01.22 11:59
수정 2025.01.22 13:05

트럼프,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제 폐지' 지시

IRA 폐지도 거론…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폐지 가능성

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판매 난항… 하이브리드 서두를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올리고 있다.ⓒ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 시절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한차례 전기차 판매난항을 겪었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고생길'이 4년 연장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전기차 의무제' 폐기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전부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고, 내연기관차를 부흥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왔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라있던 현대차·기아의 전략 수정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취임식에서 "'그린 뉴딜(친환경 산업정책)'을 종식하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한다"며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하고,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이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6%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전면 폐기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미국 대선 당시부터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 상반되는 공약을 내세웠으며, 내연기관차와 석유산업의 부흥을 강조해왔다.


바이든 정부가 신설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도 커졌다. IRA는 전기차 의무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법안으로,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보조금 7500달러(약 1070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 기업의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에 일찌감치 진입해 시장 점유율 2위에 오른 현대차·기아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바이든 정부 당시 IRA로 인해 전기차 판매에 한차례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미국에서 판매하던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수출했던 당시, 당장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서다. IRA 발효 직후 6조원 이상을 들여 조지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세우는 동안 현대차·기아는 약 2년간 자체적으로 7500달러를 할인해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 ⓒ현대자동차

문제는 올해부터다. 지난해 말 완공한 미국 전기차 공장을 통해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맞닥뜨린 것이다.


게다가 올해 현대차의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제네시스의 GV70 전동화 모델, 기아 EV6, EV9 등 5종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랐으나 지난 20일 미국 에너지부가 현대차 모델 3종을 모두 제외했다. 현재로선 기아의 전기차 2종만 보조금 대상에 올라있는데,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이 역시도 불투명해진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CEO는 지난 6일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전기차 세액 공제는 미국의 전동화를 돕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됐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가 많아서 미국의 충전 인프라와 EV 생태계 개선이 필요하지만 분명히 진행 중이고 고객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사실 그 혜택이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전망을 내놓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4년간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준중형·중형 차급 중심이었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소형·대형·럭셔리 차급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능과 연비를 대폭 개선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Ⅱ' 도입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의 강점으로 꼽히는 '유연 생산'도 당장의 수익성을 지킬 수 있는 무기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모델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만큼,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역시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을 늘려 현지 판매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판매에 있어선 기존과 같이 '자체 할인'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보급 정책을 폐기한다 하더라도, 테슬라 등의 전기차 업체와의 경쟁은 앞으로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전기차 신차 출시와 판매 촉진을 포기하기 어렵다.


무뇨스 CEO는 지난해 'LA오토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규제든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기본적으로 챌린지가 계속될 것이다. 보조금 제도 등의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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