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록체인 게임, 무조건 된다"...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 확신에 찬 새 출발
입력 2025.01.16 06:00
수정 2025.01.16 06:00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 새 거대 경제 만들 것"
오는 3월 첫 게임 선봬…AI 에이전트 결합 버전
6월 SDK 공개…게임 토큰 프로토콜 지원이 핵심
"투자 유치 발벗고 나선다…M&A로 새 기회 모색"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새로운 거대 경제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만큼은 전 세계에서 제가 1등이에요. 전 세계 1등으로 잘할 것이냐는 건 당연히 불확실하지만 저보다 더 믿는 사람은 못 봤어요. 그래서 이건 제가 해야 될 일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봤을 때 뚜렷하게 위협적인 게임 토큰 프로토콜 경쟁자가 없습니다. 거기도 무주공산(無主空山)인 것은 똑같습니다. 이전 위믹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잘만 하면 글로벌 1등 플랫폼이 될 수 있겠다는 것, 그건 또 대단한 기회거든요. 그 기회가 지금 왔다고 생각합니다."
가상자산 위믹스(WEMIX) 생태계를 키워 이른바 '위믹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가 액션스퀘어 신임 대표로 업계에 재등판했다. 지난해 3월 갑작스러운 대표직 사임 때와 마찬가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업계 기대에 부응하듯 장 대표는 그 어느때보다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이 일주일도 채 안 된 지난 6일 가상자산 '크로스' 발행 소식을 알리며 본격적인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15일 강남 선릉 액션스퀘어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나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어봤다.
"블록체인 게임, 가장 잘했던 일…민용재 링크드 대표가 비전 공감해줘"
지난해 3월 위메이드 대표 직에서 내려온 장 대표는 새 일을 시작하기 전 지난 직장생활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당연스럽게도 떠오른 것은 지난 몇 년간 온 열정을 쏟았던 블록체인 게임이다.
장 대표는 "자연스럽게 흘러간 일이 아니라 새 기회를 발견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서 뭔가를 이룬 경험이었다"면서 "제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면 의미가 없는데, 일을 그만둔 후 시장의 발전이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을 안 믿고 있고 시장의 발전은 더디니 내가 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게임으로 창업하겠다고 결심한 후 장 대표는 스타트업과 상장사라는 두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다. 이중 액션스퀘어라는 상장사를 택한 건 단연 속도 때문이다. 사업을 함께 추진할 멤버들을 빨리 모아 일에 속도감을 붙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액션스퀘어의 최대주주이자 모회사인 링크드 대표인 민용재 대표와의 인연도 한 몫했다. 그들은 서울대 경영학과, 넥슨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장 대표는 "다섯 군데 정도 상장사와 의견을 나눴고 민용재 대표가 제 비전과 앞으로 펼치려는 전략에 대해 가장 크게 동의해줬다"라며 "1월 말이면 30명, 3월이면 70명 정도를 블록체인 신사업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액션스퀘어에 합류한 걸 두고 창업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실 1년 후에 주식 거래가 정리되면 제가 최대주주가 된다. 창업 방식이 액션스퀘어 인수였다는 점에서 그렇게 소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월렛·거래소에 집중…AI 에이전트로 이용자 편의성 제고"
장 대표는 지난 7일 개인 X(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 '크로스'의 발행 소식을 공개했다. 가장 큰 특징은 '제로 민팅(Zero Minting)'이다. 크로스의 총 공급량은 10억 개로 고정돼 있으며, 추가 발행이 불가능하도록 발행 기능을 제거했다.
장 대표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많은 질타를 받아서 이번에 토크노믹스를 설계하면서는 사람들이 싫다는 것은 하지 말고, 대다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했다"며 "코인이 계속 발행되면 분모가 커지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공급량을 10억개로 정하고 민팅 기능을 아예 없애는 걸 첫 번째 정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2월 스위스 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3월 첫 블록체인 게임 출시, 6월 오픈 SDK(소프트웨어개발키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픈 플랫폼 형태로 개발자라면 누구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선점 효과라는 특징을 갖는 플랫폼의 특성상 빠른 출시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핵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플랫폼의 핵심으로 '블록체인', '월렛', '거래소' 3개를 꼽았다. 핵심 프로세스가 완벽히 구축된 후 디파이(Defi) 등으로 확장하는 순차적인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플랫폼보다는 게임 토큰 프로토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며 "플랫폼이면 홈페이지, 커뮤니티, 결제 등까지 전부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액션스퀘어는 게임사들이 본인 게임으로 토큰을 발행하고 싶을 때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프로토콜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행정적, 법적 수고로움을 덜어준다는 장점을 살려 개발사들을 유입시킨 후 이용자들은 어떻게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는 걸까. 장 대표는 이에 대한 답을 이용자 편의성에서 찾았다. 우선, 지갑을 텔레그램 미니 앱으로 만들 계획이다. 별도 설치 없이 게임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구조를 택한 것이다.
그 다음은 'AI 에이전트'다. 블록체인 게임용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SDK로 모든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코인 관련 질의응답부터 거래, 운영, 게임 플레이 등을 모두 도와준다. AI 에이전트는 3월 공개될 첫 게임부터 접목될 예정이다. 현재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1월 중 10곳 이상 게임사와 협력 소식 알릴 것"
물론, 핵심은 좋은 게임을 확보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편의성을 자랑하는 플랫폼이라도 콘텐츠가 빈약하면 그만이다. 그간 블록체인 결합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미르4'나 '나이트 크로우'가 둘 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 만큼 초반엔 MMORPG 게임을 여러 종 선보인 후 장르를 넓힐 구상이다. 첫 게임으로는 기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 대표는 "초반엔 MMORPG 게임이 여러 종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사례가 MMORPG였다는 명제는 사실이나 이 장르만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3월부터 매달 게임이 나올 것이지만 SDK가 출시되기 전까진 액션스퀘어 개발팀과 게임사 개발팀이 공동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라인게임즈, 비피엠지 등 국내 게임사와의 협력 소식도 잇달아 알리고 있다. 웹젠은 액션스퀘어에 50억원을 간접출자했다. 모두 장 대표에 먼저 협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중 10군데 이상의 게임사와 MOU(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밝힐 계획이다.
장 대표는 2년 내 100개 이상의 게임을 온보딩 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는 "스팀은 100개 게임을 입점시켰을 때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넘겼다"면서 "아직 시장이 발전한 상태는 아니나 이전보다 무르익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걸 잘 살릴 것"이라고 했다.
"몸집 더 큰 회사 M&A할 것…투자 아끼지 않는다"
향후 장 대표는 활발한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조성에 매진한다. 이를 통해 인수합병(M&A)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액션스퀘어에 합류하며 내부에 M&A 조직을 따로 꾸렸고, IR실도 '밸류업실'로 바꿨다.
장 대표는 "좋은 게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게 미국식 경영 방식이고,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부 M&A실을 활용해 대상 업체를 열심히 발굴할 거고 우리 회사보다 큰 회사를 인수합병해서 제가 경영하는 걸 보여드릴 거다. 이를 위한 세일즈에도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인생 2막의 첫 발을 뗀 장 대표는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 대표는 "회사의 성장은 결국 조직 구성원 성장의 복잡한 합이다. 회사도, 사업도, 개개인도 성장하는 회사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못하면 물러나는 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회사를 더이상 성장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스스로 물러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게 제가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