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3석' 개혁신당의 끊이지 않는 내홍…'개혁'은 어디로?
입력 2025.01.14 00:20
수정 2025.01.14 00:20
개혁신당 연일 공개 비난 서슴지 않으며 '분열'
갈등 중심에 또 서게 된 이준석…리더십 타격 불가피
개혁신당 내홍이 심화하고 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SNS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설전을 이어간 데 이어 지도부도 회의서 공개 충돌을 하는 등 감정의 골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개혁'을 하겠다고 신당을 창당한 개혁신당이 '개혁'은 커녕 구태적 정치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신당의 내분 사태는 꽤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다. 창당 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허은아 대표가 당원투표, 여론조사, 대학생/언론인 평가단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표로 선출됐다. 이 외에 이기인·전성균·조대원 등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2기 지도부를 형성했다.
개혁신당은 이때부터 삐걱거렸다. 이기인 수석최고위원은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숨은 반칙이 조금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허 대표의 당선을 두고 당내 불만 기류는 분명했지만, 갈등은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그러나 이는 개혁신당 내홍 사태의 발단이 됐다.
이후 '조용한 갈등'을 이어가던 개혁신당은 지난해 12월 17일 허은아 대표가 김철근 사무총장을 전격 경질하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당시 허은아 대표는 이준석 의원 핵심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과 정재준 전략기획부총장, 이경선 조직부총장을 경질했다. 이들이 경질된 배경에는 김 총장이 허 대표에 보고도 없이 사무총장 권한 확대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을 시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에는 사실상 당대표의 역할을 위협할 정도로 사무총장의 권한이 확대되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경질 이후 허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지낸 문병호 전 의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다 당내 반대로 실패했다. 개혁신당 지도부 인사들이 허 대표가 제시한 문 전 의원 임명안이 이준석 의원과 당의 고리를 끊으려 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즈음부터 이준석 의원은 허 대표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내홍의 불길은 결국 개혁신당 당직자들로도 번졌다. 당시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내고 허 대표의 비전·전략 부재를 문제 삼았다. 노조는 당시 "허 대표가 (보여준) 비전과 전략의 공백, 당보다 개인을 앞세운 선사후당의 정치가 오늘의 사태를 몰고 온 것"이라며 당직자 공백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후 지도부가 허 대표 측과 이 의원 측으로 쪼개지고 당직자 업무 거부, 대변인단 사퇴 등 사태가 이어지며 현재 당무는 마비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지난 8일 이준석 의원은 허 대표의 파면을 주장하며 당원소환제를 예고했다. 이 의원의 당원소환제 예고 후 당 상황은 더욱 파국으로 치달았다. 허 대표는 10일 이주영 정책위의장을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시 동대문구의원을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준석 의원은 즉각 비판 메시지를 내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천 원내대표는 기존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최고위 협의를 거쳐 임명한다'는 당헌이 '당대표 추천으로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임면할 수 있다'로 개정됐기 때문에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천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당헌에 의하면 정책위의장의 임명과 면직(임면)은 모두 최고위 의결사항"이라며 "해당 당헌 개정 절차에 참여해 직접 표결까지 하신 분이 모두 알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당을 위한 것인지가 중요하지, 큰 권력도 없는 당에서 자기 자리·권한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냐"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당대표실과 일부 최고위원은 천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일방적으로 개최해 이경선 서울특별시당위원장을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당대표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천 의원이 오늘 오전 8시 31분 긴급 최고위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4분 뒤인 8시 35분에 최고위에서 이 전략기획부총장 선임을 의결했다"며 "당의 정상 절차를 위배한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기 위해선 당대표에게 의안을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안건을 회의 전날 위원 모두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허 대표에게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 원내대표 주재로 외딴 장소에서의 긴급 최고위회의는 심각한 절차 위반"이라면서 "명백한 원천 무효임을 회의록에 남겼다"고 했다.
이렇게 일파만파로 커진 갈등은 12일 허은아 대표가 이준석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개혁신당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다. 내가 이 의원의 상왕정치에 순응하지 않고 사무총장 임면권을 행사하려 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면서 "그밖에 나에 대한 음해와 모략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했다.
허은아 대표는 "이준석 의원은 직접 자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마라' '정책에 손대지 마라' '제발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까지 했다"며 "매우 모욕적인 표현이며 자괴감이 들었지만, 묵묵히 견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의원은 여전히 개혁신당의 소중한 자산이지만 개혁신당이 '이준석 사당'은 아니"라며 "이 의원은 상왕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이 먼저 허 대표에게 당무에 대해 연락하거나 요청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사실관계와 맞지 않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비튼 내용을 아무리 말해봤자 주변의 조소만 누적될 것이다. 망상으로 계엄한 광인 하나 때문에 국가가 혼란한데 망상을 버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 대표를 겨냥해 "방만한 재정 운영 이후 국회의원들에게 5000만원씩 특별당비 내라고 난리 친 것은 기억도 안 날 것"이라며 "누군가가 비례를 달라고 울면서 세 시간 난리 쳤는데, 비례가 또 비례 출마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칼같이 잘랐다"고 덧붙였다.
갈등은 13일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허 대표가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경질한 뒤 전체 지도부가 참여한 첫 회의에서 지도부는 날 선 신경전을 펼쳤다. 서로를 '윤석열'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우선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부터 지도부 간에 고성이 난무했다. 정재준 당대표비서실장이 최고위 전 사전회의를 위해 당대표실에 들어와달라고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기인 최고위원 등에게 말했지만, 이들은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허 대표가 "9시부터 사전 회의인데 왜 안 들어오느냐"고 따졌고 이기인 최고위원은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 대표가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달라"고 하자 이 최고위원은 전날 허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어제 기자회견은 예의가 있었던 것이냐"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도당위원장들이 최고위원회 회의장에 난입하자 허 대표가 "당헌·당규 위반"이라 지적하면서 소란은 더 커졌다.
이후 시작된 회의에서 허 대표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했다. 허 대표는 "당대표가 권한에 따라 당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뿐인데 이른바 대주주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대표를 쫓아내려 한다"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2022년 여름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일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대표가 이준석이 아닌 허은아고, 대주주가 윤석열이 아닌 이준석이라는 것뿐"이라며 "이 의원은 상왕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천하람 원내대표는 "이 다툼의 본질은 지난 총선 당시 있었던 비례대표 공천 갈등의 후유증이다. 정확히는 허 대표가 비례 공천을 못 받았던 것이 이 사태의 본질"이라며 1시간가량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천 원내대표는 "가장 먼저 허 대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직자들이었다"며 "허례허식이 너무 많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과 의전 강요, 본인의 언론 노출을 만들어내라는 압박, 당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점이 당직자 입장에서는 힘들게 다가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허 대표는 이 모든 사안이 자신을 향한 음해이고 모략이라고 착각한다.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말했고, 전성균 최고위원도 "허 대표가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기를 하는 윤석열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2기 지도부가 총사퇴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석 3석의 개혁신당의 갈등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개혁'을 내건 '개혁신당'의 진정성을 향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번 국면에서도 이준석 의원이 갈등의 중심에 서면서 허은아 대표가 향후 물러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내 대권주자인 이 의원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의원이 1월이 지나면 대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상당 부분 주목을 받는 시점에 이렇게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갈등이 있어야 하느냐. 꼭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며 "정치라는 것이 일종의 축적의 시간을 갖는 과정인데 이런 식으로 한다면 이준석의 정치는 압축적으로 성장해 축적의 시간은 없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