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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섭게 추격하는 中...축배 들 수 없는 K-조선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01.10 14:03
수정 2025.01.10 15:13

韓조선, 4년치 일감 확보...약 160조원 규모

전문가들 "산업적 측면에서 경각심 느껴야"

대형 조선 3사 조선소. 위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각사

한국 조선사들이 수익성 높은 선박 위주로 4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고도의 기술력을 내세운 선별 수주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높은 수준의 수익성이 담보된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의 거센 추격에 경각심을 가지고 축배를 내려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조선업계는 전날 오후 신년인사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조선산업 주요 성과를 보면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2024년 말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최대인 1100억 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수주잔량를 확보했다. 이는 3716만CGT(표준환산선톤수) 규모로 4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수출 성적도 선방했다. 지난해 조선 산업 수출액은 7년 만에 최대치인 256억3000만 달러(한화 약 37조38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의 경우 9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했다. LNG 운반선은 친환경 고부가 선박이면서 동시에 기술력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선박으로, 9년 연속 수주 1위는 국내 조선사의 기술 경쟁력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부가선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에 힘 입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3사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 달성을 눈 앞에 뒀다. 증권가에선 이들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 경영 실적뿐 아니라 수주 실적도 선방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205억6000만 달러(한화 약 30조3600억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35억 달러의 152.2%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88억6000만 달러(한화 약 13조원)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2023년 실적(35억2000만 달러)의 2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삼성중공업은 73억 달러(한화 약 10조7700억원)로 지난해 목표 97억 달러의 75%를 달성했다.


다만 일각에선 압도적인 수주 점유율을 기록하며 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1098만CGT(250척·17%)를 수주했다. 수주량은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4645만CGT(1711척·70%)를 수주했다. 2023년 60%대였던 점유율을 지난해 70%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조선사는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해오며 수익성을 챙기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한국에 대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을 위한 고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시장 점유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는 그대로이지만 품질 격차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라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에 당장 문제가 없겠지만 산업적 측면에선 걱정과 고민을 깊게 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개별 기업은 문제가 아닐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산업 생태계 측면에선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력과 생산능력의 우위를 기반으로 한 고품질 선박 생산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중국이 '국가전략' 하에 기술력 및 생산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면서 한국과 격차를 좁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이전보다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강점을 가진 LNG선의 수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난해 중국 조선 업체 후둥중화는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LNG선을 24척 수주했다. 총 수주 가격은 80억 달러(한화 약 10조7000억원)에 달했다. 단일 선박 수주액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생산성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과 새로운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 선점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 연구원은 "향후 최소 3년간은 국내 조선사들의 재무상황이 계혹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반격의 기회가 아직 존재한다"며 "친환경, 스마트화 등 새로운 선박 시장의 혁신에 대한 기술개발에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양이 곧 질이라는 말처럼, 중국은 물량을 챙기면서 기술적 성장을 만들었다"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친환경, 스마트 부분 등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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