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우원식·한동훈부터"…계엄 당일 '체포조' 대화방 보니
입력 2024.12.28 10:23
수정 2024.12.28 10:23
검찰 조사 결과…정치인·법조인 등 10여명 대상, 선관위 직원도
윤석열,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방첩사 주축, 경찰·국방부도 가담…복면 씌워 수방사 벙커 구금 계획
검찰이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여야 대표를 비롯한 주요 인사 10여명을 체포해 군 벙커 등에 구금하려 한 정황이 담긴 체포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내용을 27일 공개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경찰에 체포 인사들을 이동시킬 호송차 20대를 요청하고 체포조 구성을 위해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로부터 인력을 각 10명씩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당시 대표, 김민석 민주당 의원, 김민웅 촛불승리전환행동 상임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방송인 김어준 씨,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등 10여명의 체포·구금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 줄 테니까 일단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며 방첩사의 주요 인사 체포를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홍 전 차장은 앞서 국회 등에서 이런 내용을 증언했는데 검찰도 이같은 사실관계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명단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며 "숫자는 14명이라고 특정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부장판사가 체포 명단에 포함됐었는지도 확인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여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이 3명부터 잡아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여 사령관은 처음에는 "이 대표 등 14명을 신속히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는데 김 전 장관의 추가 명령에 따라 최우선 체포 대상을 지정했다.
이에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4일 0시 38분께 국회로 출동하고 있는 7개의 방첩사 출동조에게 "기존 부여된 구금 인원 전면 취소한다. 모든 팀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을 체포해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한다"고 명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무렵 방첩사 수사단 최모 소령은 출동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이런 명령을 전달하며 "포승줄과 수갑을 이용하라"고 지시했다.
체포조는 방첩사가 주도적으로 편성·운영했지만,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도 가담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여 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과 체포 대상 10여명의 위치 추적을,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에게 수사관 100명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여 사령관은 이어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국수본에서 100명, 조사본부에서 100명이 오기로 했다"며 14명의 주요 인사 체포·구금을 지시했다.
구모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군사경찰, 경찰 등과 총 25명으로 팀을 꾸리라'는 김 단장 지시를 받은 뒤 국방부 조사본부에 구금시설 확인과 인력 100명 지원을 요청하고 경찰에도 호송차 20대와 인력 100명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로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첩사 요청에 따라 수사관 10명을 차량 2대에 태워 국회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갑과 마스크를 준비해 출동하고, 도착하면 방첩사 지시를 받으라고 했다고 한다. 검정 옷을 입고 조사본부 패치는 부착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경찰도 방첩사 요청에 따라 광역수사단 경찰관 104명의 명단을 작성토록 하고, 경찰관 10명 명단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이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에게 연락해 10명 명단을 받아 방첩사 구 과장에게 전달했는데, 구 과장은 경찰관에게 연락해 국회 수소충전소에 해당 10명을 포함한 경찰관 50명이 대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방첩사 체포조를 그곳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검찰은 방첩사 요청이 윤승영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을 통해 조 청장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에게도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 본부장이 10명 명단 전달에 관여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당시 주요 인사 10여명 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려는 시도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정보사 요원 30여명에게 비상계엄 선포 시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는 임무를 부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계엄 당일 선관위에 출동한 부하가 보낸 조직도를 보고 체포·감금할 직원 30여명을 최종적으로 정했고, 휘하 대령이 요원들에게 명단을 불러주며 포승줄 등으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뒤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 체포조는 송곳, 안대,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계엄이 해제돼 주요 인사나 선관위 직원 체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