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과 보편성' 한국 스토리텔링의 두 축...영상화의 미래 [K문학, 할리우드로③]
입력 2024.12.30 07:50
수정 2024.12.30 07:50
완역본과 파트너십: 한국 문학의 할리우드 진출 열쇠
한국 문학이 글로벌 스토리텔링 시장에서 갖는 힘은 독창성과 깊이다. 콘텐츠 경쟁 시장이 하나의 국가를 넘어 세계화가 된 지 오래인 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이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독창적인 목소리로 풀어내는 과정은, 콘텐츠가 단순히 오락을 넘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한국 문학을 향한 평가의 정점은 10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의 이름이 불릴 때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하고,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으며, 2018년 소설 ‘흰’으로 맨부커상 최종심 후보에 오르는 등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다.
작가 한 명의 수상으로 한국 문학 전체를 평가할 순 없지만, 그간 한강 작가가 보여준 소설의 흐름과 주제가 한국의 상황을 배경으로 인간을 탐구했고, 이 같은 소설 흐름은 다양한 역사의 질곡을 겪은 한국 작가들에게는 누구나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한국 작가들이 보이는 특징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미국과 영국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글로벌 관객들에게 새로운 대안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문학의 신선한 스토리텔링은 좀 더 폭넓게 영상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할리우드에서 관심을 보이는 한국 문학은 ‘독창성’과 ‘보편성’의 축으로 나뉜다. 편혜영 작가의 '홀', 김보영 작가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김병주 작가의 '오퍼링스'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내러티브가 해외 시장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청계재판의 살인'은 보편적인 재미와 강렬한 서사를 앞세운다.
'청계산장의 재판'의 미국 유니버설TV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은 고즈넉이엔티의 윤승일 이사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승부를 본다.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추구한다. 낯설거나 특수한 한국적 이야기가 무기인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는 보편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로 할리우드의 다른 시나리오와 경쟁을 하는 것"이고 밝혔다.
윤 이사는 “이 같은 방향은 해외 출판사의 약 30편 작품을 수출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또 한국 콘텐츠가 동남아시아에서 높은 퀄리티로 인정받는 배경도 할리우드 진출에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문학의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완역본 제공과 국제적 파트너십이 핵심이다. '홀'의 할리우드 판권을 계약한 바바라 제이 지트워 대표는 "샘플 번역으로는 영화 제작자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줄 수 없다. 완역본이 있어야만 책을 영화나 TV로 각색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완역본이 제공되자마자 국제적 제안이 쏟아졌고, 지금은 주요 스튜디오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번역 작업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바라 지트워 대표는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한국 문학은 하늘이 아니라 무한대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이 영상화를 통해 국제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할리우드에서 영상화될 시, 기존 영화의 리메이크 방식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원작 콘텐츠로서 한국 소설에 관심도가 높다. 앞으로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