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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트럼프 취임 앞두고 서둘러 사형수 무더기 감형한 까닭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4.12.23 21:34
수정 2024.12.23 21:52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

적극적 사형 찬성론자 트럼프, 첫 임기 당시 사형 13건 집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워싱턴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사형수들에 대한 무더기 감형했다. 적극적인 사형 찬성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에 앞서 차기 정부에서 대규모 사형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연방 사형수 40명 중 37명의 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한다”며 “이번 감형 조치는 테러와 증오에 의한 대량 살인이 아닌 경우 사형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온 이 정부 조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살인범들을 규탄하고 잔악무도한 행위로 숨진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면서도 “나의 양심과 국선 변호사, 상원 법사위원장, 부통령,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에 따라 연방 차원의 사형제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확신을 갖는다”고 감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행정부가 내가 중단한 사형 집행을 재개하도록 그대로 둔 채 있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감형한 사형수 중엔 동료 수감자 살해, 은행 강도살인, 교도관 살인을 저지른 인물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흑인 교회 총기난사범 딜런 루프, 2018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범 로버트 바워스 등 3명의 사형수는 감형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테러나 증오를 이유로 다수를 살인한 경우엔 감형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실질적으로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사형제를 운영하는 주에 철폐를 권고하진 않았다. 임기 중 연방 차원에선 단 한 건의 사형도 집행하지 않았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선 종종 중대 범죄자의 재판에서 사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사형수 감형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재임 기간 약 20년 가까이 중단됐던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했다. 그는 인디애나주 테러호트의 사형장을 재가동했고 1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이는 제35대 존 F 케네디부터 제44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0명이 집행한 사형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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