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보다 높은 신뢰 얻은 '이 사람'…차기 대선서 변수 될까
입력 2024.12.17 05:50
수정 2024.12.17 07:29
우원식 의장, '계엄·탄핵' 사태서 존재감 증폭
'정치인 신뢰도' 禹 56%·李 41%…15%p 차이
절차 중시하며 차분함 유지…여당서도 '호평'
'12·3 비상계엄' '12·14 탄핵소추 가결' 사태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치러질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압도적 우위다. 다만 이번 사태 가운데 국민으로부터 이 대표보다 정치적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얻은 정치인이 등장해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 대권의 최대 변수인 사법리스크가 현실화 할 경우, '이 사람'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약 2주간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발(發) 비상계엄 사태와 야권발(發)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의 존재감이 한층 올라갔다.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을 순조롭게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1차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을 설득해 두 번째 표결에 참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대통령 다음의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은 지난 4일 새벽 1시 비상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본회의장에 먼저 집결한 민주당 의원들의 재촉에도 "아직 안건이 올라오지 않았다. 의장도 마음이 급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절차를 틀리지는 않게 해야할 거 아니냐. 이런 사태는 절차가 잘못되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된다"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우 의장은 이날 67세의 고령에도 계엄해제 표결을 위해 출입이 막힌 약 2m 높이의 국회 담벼락을 넘는 장면이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이후 사흘 뒤 실시된 윤 대통령 1차 탄핵안 표결 직전 윤 대통령이 갑작스레 국회에 방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경호와 안전상의 문제로 (국회 방문 계획이 있다면) 유보해 주길 요청한다"며 강단 있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1차 탄핵안은 국민의힘이 불참해 '투표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우 의장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의사봉을 내려친 뒤 "전 국민이 오늘 국회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 이 사안에 대한 투표불성립은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후 우 의장은 2차 계엄사태를 대비해 국회 내에서 사실상 24시간 상주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민의힘에 표결 참여를 독려했고, 여당 의원들도 표결 참여 방침으로 선회했으며 결국 2차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 의장은 산회를 선포하며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이 순간까지 국민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 국회와 의장은 이 사실을 깊이 새기겠다"면서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의 연말이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 우리의 희망은 국민 속에 있다. 희망은 힘이 세다"고 의사봉을 두드렸다. 중진 의원(5선)의 진면모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 의장의 이같은 언행에 여론도 반응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12일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정계 요직 인물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우 의장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나타났다. '신뢰하지 않는다'(26%)는 응답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는 신뢰 41%·불신 51%으로 조사됐다. 우 의장이 이 대표보다 신뢰도 면에선 15%p 높은 반면, 불신 면에선 25%p 낮은 것이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 신뢰 21%·불신 68%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신뢰 15%·불신 77%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정치인 가운데 우 의장만 신뢰가 불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이같은 결과에 국민의힘도 우 의장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라디오에서 "그가 혼란한 상황을 잘 수습을 했고,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했던 부분이 평가됐다고 본다"며 "지금 여야 대립이 심한 가운데 국회의장 본연의 역할을 잘한 것으로 국민께서 평가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윤 대통령은 직무정지됐고, 조만간 헌법재판소도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한다. 반면 헌재가 기각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상반기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상황이다.
현재 이 대표가 대체로 차기 대권 지지율에서 고공 비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 일정이 명확한 윤곽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이번 탄핵 국면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우 의장이 예상치 못한 정치권의 지각 변동으로 대선주자로 뛰어들 여지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 의장도 대선에 아주 관심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 의장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종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며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헌재의 결정이 언제 나올 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심 징역1년·집행유예2년) 최종심이 언제 나올 지 모르기 때문에 우 의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될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