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나야, JCW"… 교화된 악동, 미니 컨트리맨 JCW
입력 2024.12.15 07:00
수정 2024.12.15 07:00
신형 미니 컨트리맨 JCW 시승기
친절해진 '마이웨이' 컨트리맨 맏형
경쾌한 감성 그대로, 부드러워진 승차감
"마니아만 접근 가능"…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
프리미엄 수입차 미니(MINI)의 고성능차 상징이자 맏형을 담당해온 미니 컨트리맨 JCW. 귀여운 얼굴을 스포티하게 만들어주는 세로줄 디자인과 남다른 경쾌함을 지녔지만, 어쩐지 국내에선 사랑받지 못하는 비운의 모델이다. 올해(1~11월) 미니 컨트리맨 쿠퍼 S 컨트리맨이 1400대 가까이 팔리는 동안 JCW모델은 200대를 겨우 넘겼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 JCW는 존재감 없는 맏형의 설움을 내려놓기 위해 또 한번 칼을 칼았다. 기본 라인업 대비 높은 6700만원이라는 가격은 그렇다 치고, 구매를 망설이게 하던 '고가 라인업의 아쉬움'을 모조리 개선하면서다. 4세대로 변화한 미니 컨트리맨 JCW를 직접 시승해봤다.
미니의 어떤 모델이든, 그 뒤에 JCW가 붙으면 존재감이 남달라지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4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를 거치며 몸집이 불어난 컨트리맨에 세로줄 2개와 붉은색 뱃지가 새겨지자 날렵하고 젊은 인상이 훅 튀어나왔다. 컨트리맨이 젊어진 아빠차, 센스있는 캠핑러의 느낌을 줬다면, JCW는 세대를 불문하고 낭만과 스릴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것처럼 느껴졌다.
디자인 만으로도 이미 고성능의 느낌을 주는 건 오랜 기간 자리잡았던 JCW의 상징 덕분이겠다. 보닛 위를 '세로지르는' 흰색의 굵은 세로줄, 전면 그릴과 엉덩이에 새겨진 'John Cooper Works', 특유의 C필러 디자인, 네개의 머플러가 꼭 그렇다. 멀리서 보면 두꺼운 세로줄이, 가까이에서 보면 수많은 요소가 JCW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고성능 라인업을 나타내는 강렬한 디자인은 마니아층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비결을 단번에 납득시키기 충분했다. 4세대를 거치면서 사이즈가 커진 만큼 늘어난 공간 활용성과 커진 존재감은 덤이다.
가격 차이 만큼이나 내부 역시 기존 라인업과 차별화를 뒀다. 컨트리맨 JCW의 내부는 고성능차임을 강조하는 레드 색상이 마치 상징처럼 적용됐는데, 젊고 스포티한 감성을 극대화 시킨다.
친환경 신소재로 덮인 대시보드에 표시되는 라이트는 기존 하늘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뀌었고, 센터콘솔에 위치한 도시락통 같은 수납함의 스티치도 레드 컬러로 마감됐다. 스티어링 휠, 시트의 스티치 역시 마찬가지다. 신형 컨트리맨이 애초에 이뤄낸 인테리어 변화에 더해진 레드 포인트는 운전자에게 특별하다는 기분을 심어주는 듯 했다.
섹시한 내외관도 좋지만, 컨트리맨 JCW에 올라 안전벨트를 채웠을 때는 기대감이 극에 달했다. BMW의 M 스포츠 패키지, 메르세데스-벤츠의 AMG라인, 현대차의 N라인 등 고성능 '냄새'만 풍기는 모델이 아니라, '진짜 고성능'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컨트리맨'이 아닌 'JCW'가 이뤄낸 변화를 디자인에선 찾아보지 못해 새로운 승부수가 필요했다.
컨트리맨 JCW의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저속에서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넉넉한 공간에서 오는 안정적인시야와, 한층 부드러워진 주행감은 컨트리맨 기본 모델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요소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깊게 눌러밟은 후에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등 뒤를 타고 올라오는 묵직한 엔진음과 순식간에 뛰쳐나가는 가속감이 "나야, JCW"라고 말하는 듯 했다.
특히 이번 4세대 신형의 특징인 8가지 드라이브 모드 중 '고카트'로 모드를 변경했을 때는 고성능차임을 확실히 자각할 수 있었다. 고카트 모드는 고카트를 타고 달리는 것 처럼 펀드라이빙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일반적인 차량의 '스포츠 모드'와 비슷하다. 모드를 변경하자마자 엔진음은 배로 커졌고, 가속감은 더욱 날쌔졌다. 레이싱카라도 타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형 미니 컨트리맨 JCW는 무려 317마력의 최대 출력과, 40.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미니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돼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5.4초만에 도달한다. 컨트리맨 쿠퍼의 출력이 최대 204마력, 토크가 30.6kg·m 임을 고려하면 운전자의 체감 차이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JCW의 출중한 성능 자체는 가격 차이에서 보듯 당연한 일이지만, 신형 컨트리맨 JCW에서 감동한 요소는 따로 있다. 비싼 가격 대비 편안하지 못했던승차감이 크게 개선된, '고집을 꺾었다'는 점이다. '고카트 필링'을 내세우며 진짜 고카트를 탄 듯 노면을 전부 몸으로 받아내야했던 거친 승차감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고속도로는 물론 방지턱, 노면이 거친 어떤 지면에서도 컨트리맨 JCW는 부드럽게 걸러냈다. 기분좋은 엔진음을 제외한 풍절음과 노면 소음 등도 크게 줄었다. 철저히 안정감에 초점이 맞춰진 세단이나 SUV 수준은 아니지만, 고카트를 내세우며 고집했던 기존 질감을 꽤나 양보한 것은 확실했다.
덕분에 신형 컨트리맨 JCW는 짜릿한 고성능차와 가족들을 태울 패밀리카라는 두가지 요구를 모두 소화해낼 수 있게 됐다. 670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구매해야하는 만큼, 더 많은 소비자들을 설득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보다 더 많은 변화를 이룬 탓일까.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9.1km/l. 고성능 모델치고는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수많은 하이브리드차가 유혹하는 요즘 시대에선 마음을 굳게 먹을 필요가 있겠다.
JCW 특유의 거친 질감을 사랑했던 마니아층에게는 슬픈 소식을 전한 듯 하다. 그럼에도 교화된 미니 컨트리맨 JCW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이유는 비로소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차'가 됐기 때문이 아닐까. 사는 사람이 없으면 언젠가 한국에서 자취를 감춰버릴 지 모른다.
그간 미니의 감성에 이끌렸다가 승차감에 뒷걸음질 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이번 미니 컨트리맨 JCW를 추천하고 싶다. 넉넉한 크기와 기분에 따라 달리는 맛을 바꿀 수 있는 즐거움, 이질감 없는 승차감은 SUV 인기가 식지 않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제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타깃
- 우리 가족 캠핑과 취미까지 책임져줄 다재다능함
▲주의할 점
- 가격을 말할 때마다 잔소리를 쏟아붓는 주위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