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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자감세 저지한다더니 '선별적'…다뜯어민주당·재명세에는 두 손 들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4.12.03 07:00
수정 2024.12.03 07:00

청년·중도 겨냥 가상자산·금투세 예외

정책사령탑은 "당혹스럽다" 자중지란

이건 안되고 저건 되는 '의도' 주목해야

"여론 지지로 사법리스크 돌파" 진단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초부자 감세 저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특정 계층 공략과 관련해선 예외를 두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방침을 발표하며 중도·청년층을 사로잡기 위한 '우클릭' 행보를 지속 중이다. 이를 두고 같은 야권 내에서조차 노골적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반발이 상당하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깊은 논의 끝에 지금은 추가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했다"며 정부·여당의 가상자산 2년 유예 입장에 동의한단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초 민주당이 지향하고 있는 계층은 서민과 중산층이라, 이 같은 결정을 한 민주당의 의도를 두곤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그대로 시행하되, 과세 기준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올리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입장을 돌연 시행에서 '유예'로 선회한 것인데, 여기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단이 작용했단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단 상황은 앞서 금투세 폐지 결정 때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달 4일 "아쉽지만 또 주식시장의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정부·여당의 정책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점쳐지던 유예가 아닌 금투세 '전격 폐지' 결정이었다.


지난 2020년 도입된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등)을 넘으면 과세를 하는 제도다. 시행 시기를 두 차례 늦춘 끝에 2025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재명세(민주당이 금투세 폐지가 아닌 유예 입장을 시사할 때 붙었던 별칭)' '다뜯어민주당(민주당이 다 뜯어간다)'와 같은 단어가 부상하자, 중도층과 개인 투자자의 여론 악화를 의식하듯 '부자감세'로 규정하던 영역들에서 당이 한 발씩 물러난 것이었다. 외연 확장에 차질이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연말 여당과 '예산안 대치' 상황에 대해선 '초부자감세 저지와 권력기관 특활비 등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달 27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찾아 '고교 무상교육'을 강조하면서 "수십조원씩 '초부자감세'는 왜 해주는 건지 정말 납득이 안 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이 예외적으로 가상자산·금투세에만 전향적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사법리스크 돌파를 위한 것이란 진단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아 광범위한 여론 지지층을 형성하면 사법리스크 돌파가 보다 용이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야권 내부에선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과 지향을 버린 것'이란 비판까지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민주당계 정당인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행보를 작심 비판했고,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당혹스럽다는 입장부터 보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표방해 왔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라고 늘 자랑해 왔다"며 맹폭을 가했다.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초부자 감세 열차'에는 몸을 실으려 하는 것이냐"라고도 물었다.


조 대표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와 관련해선 "그동안 투기적 요소가 짙은 만큼 과세를 미룰 명분이 없다고 했지만, 그런데 갑작스럽게 '추가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꼬집었다. 금투세에 대해서도 "올해 들어 유예를 넘어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찬성했고, 투자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며 "여야 모두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우리 주식시장은 급상승은커녕 고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사령탑인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박 원내대표의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방침 발표에 "투자자들 모두에게 과세하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1%에 해당하는 최상위의 부자들에게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라고 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4년 전 여야 합의로 입법되었던 자본소득 과세가 상황논리에 따라 이렇게 쉽사리 폐기되고 유예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근로·사업·부동산소득 등 모든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데, 왜 유독 자본소득만은 신성불가침이어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한 듯 앞서 금투세 폐지 결정 당시 "(부자 감세 반대 등 기존)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개혁·진보 진영의 비판과 비난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발언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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