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서 '노인 학대' 사망…법원 "요양기관 자격 박탈까지는 지나쳐"
입력 2024.12.02 08:57
수정 2024.12.02 08:58
요양원서 생활하던 노인 학대 당해 사망…은평구청, 절차 거쳐 요양기관 지정 취소
법원 "의무 위반 비해 처분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 범위 벗어나거나 남용해 위법"
요양원에서 노인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기관을 운영할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A 복지원이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지난 9월 26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복지원은 파주의 한 노인요양원을 운영했는데, 지난해 2월 이곳에서 생활 중이던 노인이 다른 입소자와 요양보호사로부터 학대당하다 입소 약 3주 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요양원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총 8차례 중 2차례의 학대만 인지하고 있었다.
경찰은 요양원장과 요양보호사, 간호과장 등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하고 은평구청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구청은 지난해 8월 종사자 등의 입소자 폭행과 보호 방임을 이유로 해당 요양원의 노인 장기 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지정이 취소되면 요양원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A 복지원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복지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종사자가 입소자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요양원이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요양원 측은 학대 예방 교육 등을 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요양원이 평소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 기관을 아예 운영할 수 없도록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의무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며 구청의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요양원 측이 이전에 의무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없고 피해자를 폭행한 요양보호사가 사직한 점, 요양원 문을 닫게 될 경우 80명에 달하는 입소자가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의무 위반의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구청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