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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깡통 대출' 3조 넘었다…고금리 터널 '아직'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1.27 06:00
수정 2024.11.27 06:00

무수익여신 올해만 4000억 넘게 늘어

코로나 금융지원 리스크까지 '도마 위'

통화정책 전환됐지만 개선까진 '먼 길'

4대 은행 본점 전경. ⓒ데일리안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4000억원 이상 불어나며 3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터널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은행 빚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에 억눌려 있던 리스크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마침내 통화정책 전환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점차 숨통이 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떠안고 있는 무수익여신은 총 3조176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4%(4242억원)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금융사 입장에서 돈을 빌려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악성 채무를 일컫는 표현이다. 석 달 이상 연체된 대출과 채권재조정 또는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신이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9625억원으로, 하나은행 역시 9289억원으로 각각 28.4%와 7.0%씩 증가하며 무수익여신이 9000억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도 7145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709억원으로 각각 17.9%와 7.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4대 은행 무수익여신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부실 여신이 계속 몸집을 불리는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쌓여가는 이자 부담에 차주들의 연체가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최근까지 유지해 왔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사라진 직후란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가시화하지 않고 억눌려 오다가, 비로소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영향일 수 있어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직후인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년 넘게 지속되다가 지난해 9월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와중 한은 기준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한 건 분명 희소식이다. 이자 부담이 완화하며 여신 건전성 문제도 다소 해소돼 나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시기상조론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여건 상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누적된 고금리 충격도 여전한 만큼 당분간은 대출의 질 악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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