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엑셀방송’이 넘은 선, 확산 막기 위해 필요한 노력 [‘엑셀방송’을 아시나요③]
입력 2024.11.27 07:23
수정 2024.11.27 07:23
"과도한 결제 막는 시스템 필요…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들 역할"
“걱정과 우려를 알고 있지만 위법이 아닌 것에 대해서 보기 좀 껄끄럽다고 제재를 가하면 사용자제작콘텐츠(UCC) 플랫폼이 될 수 없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SOOP을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들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일명 ‘엑셀방송’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찬용 SOOP 대표는 ‘위법이 아니’라며 이렇게 해명했다.
엑셀방송 스트리머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며 클릭을 넘어, 사이버머니와 마찬가지인 ‘별풍선’을 유도한다. 지난해 한 스트리머는 생방송 도중 극단적인 시도를 했고, 이후 해당 스트리머가 음주 엑셀방송을 진행하던 중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스트리머에게 과도한 후원을 하다가 빚을 지고 숨진 회사원이 발견된 적도 있지만, 엑셀방송을 선보이는 스트리머도, 이를 송출하는 플랫폼도 ‘위법’은 아니다.
자극적인 엑셀방송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5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이 가이드라인에는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 됐다. SOOP 측도 “내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해명하지만, 엑셀방송이 SOOP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앞서 정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표현의 자유’가 곧 강점인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에게 이 이상의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일부 자극적인 엑셀방송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며 날 것의 재미를 보여주는 1인 크리에이터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청자들은 물론, SOOP이 성매매, 사기, 마약 투여 등 범죄의 온상이라는 폭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한 스트리머는 인기 스트리머들이 모여 선보이는 엑셀방송에 참여하지 못하면, 시선을 끄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부 여성 스트리머들이 해당 방송에 참여하기 위해 마약과 성매매에 가담하고 있다는 폭로를 해 파장을 일으켰다. 정 대표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엑셀방송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엑셀방송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안으로는 과도한 유료 결제를 원천 차단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더 많은 후원금을 끌어내기 위해 방송 내용이 자극적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OOP은 후원금 한도를 정해두고 있지만, 아이디를 여러 개 쓰거나 대리결제 업체를 이용하는 우회 방식 등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다만 플랫폼의 역할도, 제도적인 방안도 아직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결국 시청자들의 몫이 가장 중요하다는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는 “결국 콘텐츠는, 특히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TV 프로그램처럼 공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곧 프로그램의 주인이 되곤 한다”면서 “시청자들이 도를 넘는 엑셀방송을 원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끝이 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