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은행 LTV 담합’ 사건 재심사 명령…연내 제재 어려울 듯(종합)

심사관·피심인 주장 사실관계 추가 확인 필요

파급력 큰 사안…공정위, 신중한 판단 취지

1일 서울시내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KB국민·우리·하나·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을 심의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됐던 제재 결과 발표가 뒤로 밀리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 후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적용 사례인 만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의 LTV 담합 사건에 대해 지난 20일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관 및 피심인들 주장과 관련한 사실 관계 추가 확인 등을 위해 재심사 명령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병훈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본건에 대한 추가 사실을 확인한 후 가능한 한 신속하게 위원회에 안건을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 사무처(심사관)는 4대 은행이 7500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며 시장 경쟁을 제한해 부당 이득을 얻고 금융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공정위는 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담보대출 거래조건을 짬짜미해 담보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단순 정보 교환이기에 담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보 공유 후에도 은행별 LTV는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기에 경쟁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정위 위원들은 지난 13, 20일 2차례에 걸쳐 전원회의를 열고 이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사관과 시중은행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통상적으로 전원회의 후 공정위 위원들은 합의를 통해 제재 여부를 판단한다. 이후 제재 결과는 보통 다음 주 발표된다.

다만 위원회에서 사무처가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하라고 결정하면서 최종 제재 결과는 연내까지는 어렵고 내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재심사 명령은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한 확인 과정으로 분석된다.

제재가 확정될 경우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공정위 의결은 1심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필요시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판결을 거쳐 확정된다.

한편 일각에선 LTV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공정위 제재가 부처 간 정책 충돌이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