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800억원 비용절감의 신화, 간접구매에서 해답을 찾다 - ①
입력 2024.11.14 15:09
수정 2024.11.14 15:09
30년 전 L사 구매팀으로 입사해, 15년 전부터 간접구매 현장에서 일하며 늘 안타까웠던 것이 있다. 바로 기업들이 간접 구매를 '어쩔 수 없는 비용'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이었다. L사에서 간접구매팀(General Procurement)을 처음 만들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그걸 왜 따로 구매조직을 만들어서 관리하나?"라고 물어봤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전체 지출 비용 중 20~30%를 차지하는 '숨은 비용'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연 1,800억원 절감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간접구매 비용에는 엄청난 가치 창출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나는 실전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간접구매는 마치 거대한 퍼즐과 같다. 사무용품, 시설관리, IT 장비, 용역 계약 등 수많은 조각들이 전사적으로 흩어져 있다. 각 부서가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구매하다 보니,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2017년 '간접구매혁신' 이라는 책을 쓰게 된 것도 이러한 현장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캐스팅엔의 업무마켓9팀에서 진행한 AI 기반 간접구매 분석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다. 지난 8월, 우리는 한 기업의 30억 규모 간접구매 데이터를 자체 AI 솔루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10% 이상의 비용 절감 기회를 발견했는데, 이는 기존 구매 컨설팅 업체들이 꽤 많은 비용을 받고 진행하던 분석을 획기적으로 자동화한 사례다.
이런 구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간접구매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간접구매 전담 조직을 두기도 어렵고, 전문 컨설팅을 받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우리가 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간접구매 혁신의 첫걸음을 떼도록 돕기 위해서다.
L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되었다. 간접구매 혁신은 반드시 최고경영진의 인식 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ESG경영이 화두가 된 지금, 지속 가능한 구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간접구매의 체계적 관리는 기업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현재 인사 총무팀이나 각 부서에서 간접구매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다. 여러분은 더 이상 단순한 구매 담당자가 아니다. 기업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는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는 없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