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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호실적 행진 계속…한숨은 서민의 몫 [기자수첩-금융증권]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4.10.29 07:00
수정 2024.10.29 10:05

4대 금융그룹 3분기 순익도 역대급

8월부터 대출 금리 스무 차례 인상

시장 이자율 역행하며 예대마진↑

이자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은행권의 3분기 실적 앞에는 역대급이라는 타이틀이 달렸다.


KB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4조3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더 늘었다.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 역시 3조98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4%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659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3분기 만에 초과 달성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하는 하나금융 역시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8월부터 대출 금리를 연달아 올린 결과다.


대출금리는 통상 코픽스·금융채 등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차감하는 식으로 결정된다. 이중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이를 건드렸고, 7~8월에만 가산금리를 20회 이상 인상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하락세를 탔다.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전부터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자 예금금리 하락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눈치를 보며 등 떠밀리듯 대출금리를 올렸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이를 명분 삼아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만 벌어졌고, 이는 은행들에게 역대급 수익을 안겨줬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원천이다. 하반기 역시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로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대출금리가 낮으면 낮은 대로, 대출을 확대하면 확대하는 대로 당국으로부터 경고장이 날라오니 은행권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 터다. 여기에 과도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난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상생금융 압박도 더 거세지는 건 자연스런 수순으로 굳어지고 있어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실제 금융권의 호실적이 발표되던 시점부터 은행권은 너도나도 상생금융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비난의 화살을 조금이나마 거두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서민들의 한숨까지 거두기는 역부족이다. 이 상생금융 마저 소상공인 위주로 한정되다 보니 정작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카드사,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이탈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율이 올라가는 것은 덤이다.


상생금융에도 칭찬이 나오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 일관성 부족과 은행들의 과도한 눈치보기가 초래한 결과다. 모든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바뀌지 않는 사실은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이득을 본 곳은 은행이며, 피해자는 오직 시장금리를 역행하는 높은 대출금리 부담을 떠안는 소비자들이다.


받아야 될 예금금리는 주저앉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억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펼쳐지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줄타기가 우리 경제를 좀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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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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