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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IRP 60조 '쩐의 전쟁'…수익률 보니 '이름값 했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4.10.29 06:00
수정 2024.10.29 06:00

한 해 동안 적립금 12조 넘게 늘어

국민·신한·하나 나란히 3조씩 성장

자산운용 성적표도 대형銀 돋보여

본격 시작 금리 인하기 성패 '촉각'

퇴직연금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2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6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나란히 3조원씩 덩치를 키우며 경쟁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들 은행의 IRP 연간 수익률만 모두 6%를 넘기며 고객 입장에서도 이름값을 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가 시작되면서 앞으로 이같은 자산운용 성과를 얼마나 잘 방어해 낼 수 있을 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은행들이 확보한 IRP 적립금은 총 58조54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12조5839억원) 늘었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대비 자금을 스스로 쌓아 가거나 혹은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을 적립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아 쓰기 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 제도 중 하나다.


은행별로 보면 선주권에 있는 국민·신한·하나은행이 액수 측면에서 거의 엇비슷한 증가 폭을 보이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었다. 우선 국민은행의 IRP 보유량이 14조788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4.4%(2조9039억원) 늘었다. 신한은행 역시 14조6602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1조6044억원으로 각각 26.2%(3조396억원)와 33.4%(2조9047억원)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IRP 적립금이 8조4889억원으로 29.4%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NH농협은행도 4조7191억원으로, IBK기업은행은 2조5988억원으로 각각 27.2%와 23.9%씩 증가하며 IRP 적립금이 조 단위를 나타냈다.


은행별 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IRP의 몸집이 큰 빅3 은행이 수익률에서도 톱3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직전 1년 간 IRP 수익률은 ▲하나은행 6.59% ▲국민은행 6.16% ▲신한은행 6.03%로 1~3위를 기록했다. 이는 각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 상품별 수익률에 해당 적립금 규모를 가중해 산출한 값이다.


나머지 은행들의 IRP 수익률은 6% 선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iM뱅크(5.62%)와 우리은행(5.55%), BNK경남은행(5.42%) 등이 5%대 중반으로 높은 편이었고, 이어 ▲광주은행(5.17%) ▲BNK부산은행(5.03%) ▲농협은행(5.00%) ▲IBK기업은행(4.81%) ▲KDB산업은행(4.53%) 순이었다.


이런 수익률은 IRP 영업에서 핵심일 수밖에 없다. IRP는 확정급여(DB)형이나 확정기여(DC)형 등 다른 퇴직연금에 비해 자산운용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연간 최대 700만원까지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도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한동안 지속돼 온 고금리가 마침내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이자율이 낮아질수록 자산운용의 효율도 비례해 나빠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앞서 한은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이번 인하 전까지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IRP는 상대적으로 갈아타기가 용이한 퇴직연금 상품인 만큼 은행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라는 부정적 환경 속에서 수익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은행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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