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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복현발 업무 과중에 시위 나선 금감원 노조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0.21 10:54 수정 2024.10.21 11:29

시간 외 수당도 못 받으며 야근에 불만 속출

"금감원장 소통 나서야"…MZ 줄퇴사 우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융감독원의 조직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도 높은 업무 지시에 직원들의 업무 피로도가 극심해지면서, 결국 노동조합까지 나섰다. 올해 들어서만 7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이탈했는데 줄퇴사 규모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감원에 따르면 노조는 이달 초부터 아침마다 정문에서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사나흘에 한 번씩 브리핑을 진행하고, 소관 외의 업무까지 나서며 목소리를 내다보니 직원들의 업무량이 대폭 급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총선 당시 양문석 의원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의혹이 대표적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권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지만, 이 원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면서 직원들은 조사·분석 업무를 챙겨야 했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 소관인 금융투자소득세, 두산그룹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 문제까지 주시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 과중으로 야근이 늘어나면서, 준비한 예산이 조기에 소진된 것이다. 업무는 계속 해야 하는데 예산 소진으로 시간 외 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금감원은 지난달 시간 외 근무 신청을 자제하고, 수당 대신 대체휴가를 신청하라는 내부 방침을 전달했다가 직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유석 노조위원장은 "조기 예산 소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추가 조치 없이 업무만 과중하게 시켰다"며 "금전 보상 등이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시간 외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어 직원들의 불만·고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수장과 면담이 꼭 필요하다"며 "면담을 통해 좋은 혜안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당분간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이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비판에 "관리자인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평균 시간 외 근무 인원은 1822명, 평균 시간 외 수당은 11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금감원 직원의 시간 외 근무는 지난해 대비 16.2% 증가했다.


과도한 업무량 대비 금융사보다 보수가 적고, 인사 적체로 승진까지 느리다 보니 퇴사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올해 8월까지 77명이 퇴직했다.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49명이 퇴직했다. 올해 퇴직자 중 저연차인 4, 5급 퇴사자 수만 31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명)보다 2배 가량 많다.


심각성을 느낀 금감원은 지난 4월 7년 만에 글로벌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조직 진단 외부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팅업체는 조직문화 협의체를 구성하고, 업무 디지털화 및 비효율 업무를 축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제안 내용의 적정성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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