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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홍명보호, 이라크 보다 부담스러운 ‘홈’경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4.10.11 12:15 수정 2024.10.11 12:15


홍명보 감독. ⓒ KFA


홍명보호가 험난한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를 따내고 조 1위로 올라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시각)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펼쳐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3차전에서 전반 이재성 헤더골, 후반 오현규 골로 요르단(피파랭킹 68위)을 2-0 완파했다.


지난 2월 ‘2023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에 두 차례나 충격을 가했던 요르단을 상대로 초반 고전했다. ‘캡틴’ 손흥민이 부상으로 소집에서 제외된 가운데 믿었던 황희찬마저 요르단의 거친 수비에 발목이 꺾여 전반 23분 만에 교체 아웃됐다.


70% 이상의 점유율을 찍으면서도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던 한국의 답답한 흐름은 이재성 머리로 깼다. 전반 38분 설영우가 오른쪽 박스 바깥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스 가운데 있던 이재성이 뛰어 올라 머리로 골문을 뚫었다. 이재성 특유의 영리한 위치선정 능력이 빛난 순간이다.


1-0 리드를 잡고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후반 초반 주민규 대신 들어온 오현규의 추가골을 맛봤다. 오현규는 후반 23분 박스 왼쪽에서 자신감 있는 발놀림으로 수비수를 흔든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오현규의 A매치 데뷔골.


더 이상의 득점과 실점이 없었던 한국은 껄끄러운 상대 요르단을 2-0 제압, 조별리그 전적 2승1무(승점7)로 B조 1위에 올랐다. 이라크 역시 11일 오전 홈에서 간판 공격수 아이멘 후세인의 결승골로 팔레스타인을 1-0으로 꺾고 2승1무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2위에 자리했다(한국 +4·이라크 +2).


오는 15일 한국과 이라크는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B조 1위 자리를 놓고 충돌한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에서는 각 조 1,2위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직행한다.


이라크는 '1986 멕시코월드컵'에 이어 40년 만에 역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피파랭킹은 55위로 한국(23위)에 크게 뒤진다. 하지만 헤수스 카사스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는 오만전(1-0 승), 쿠웨이트전(0-0 무)에 이어 팔레스타인전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스페인 출신의 카사스 감독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 후보로도 지목됐던 인물이다. 요르단 보다 더 강한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라크는 B조에서 한국을 위협할 만한 팀이다.


이라크라는 상대보다 홍명보호에 더 부담스러운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홈경기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대한축구협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감사를 받고 있고,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국회 현안질의에도 증인으로 불려갔다. 정 회장은 이달 국감에도 출석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축구협회를 향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체부 장관에게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을 정도다. 일부 축구팬들은 지난 9월 홈 팔레스타인전에서 “정몽규 나가!” 구호를 경기 내내 외쳤고, 홍명보 감독을 향해서는 야유를 퍼부었다.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김민재는 당시 경기에서 관중들 앞으로 다가가 ‘야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경기 후 선수들도 “(감독님에게 보내는 야유 같은 것들이)우리 경기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를 더 응원해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요르단전 승리로 그때의 여론이 눈에 띄게 바뀔 분위기는 아니다. “월드컵을 못 나가도 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축구협회와 관련된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 잡자”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도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향한 퇴진 압박의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팔레스타인전 때도 그랬듯,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분위기는 더 악화된다. 홈 승리가 절실한 상황인데 손흥민에 이어 황희찬까지 부상으로 이탈해 우려가 크다. 홈에서 치르는 이라크전이 홍명보호에 더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인물들이 다시 한 번 성찰하며 돌아봐야 할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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