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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잡는 사이에…은행권 중소기업대출 부실 '산더미'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4.10.11 06:00 수정 2024.10.11 06:00

올해 상반기 말 8조6000억 돌파

한 해 만에 2조5000억 넘게 불어

가계부채 규제發 '풍선효과' 와중

빚 못 갚는 中企 늘며 '설상가상'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의 기업고객 창구. ⓒ뉴시스

국내 은행권들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불거진 부실이 한 해 동안에만 2조5000억원넘게 불어나면서 8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를 억제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면서 풍선효과가 벌어지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결국 빚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지면서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몰두하는 사이 시나브로 중소기업 여신을 둘러싼 균열도 점점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기대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8조6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1%(2조558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기대출 전체 규모가 5.2% 증가에 그친 것에 비해 부실채권 증가폭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통상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중소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같은 기간 0.57%에서 0.77%로 높아졌고, 연체율 역시 1년 새 0.41%에서 0.55%로 악화됐다.


이렇게 중소기업 대출의 질이 나빠진 이유는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이 심해지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던 와중 부실이 쌓이면서 건전성 악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금난을 겪는 한계 중소기업 비중은 17.4%로, 2021년 14.9%, 2022년 15.5%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취약차주들은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을 받아왔는데, 지난해 9월 지원이 끝남과 동시에 중기대출 취약차주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권은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관리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하더라도 고금리 부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연체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장세가 9월 들어서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지표는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차주 이자 부담 완화, 기업대출 취급 조절 등으로 리스크 관리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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