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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수뇌부 벙커버스터로 '쾅'…이스라엘의 힘 휴민트, 우린 1억6천에 중국에 유출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4.09.29 16:21 수정 2024.09.29 16:21

헤즈볼라 수장 등 지휘부 '족집게' 폭격 배경에 강력한 '휴민트' 존재

정보사 군무원이 중국에 휴민트 정보 팔아넘긴 한국 극명 대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무너진 레바논 남부 삭사키에의 건물 잔해 속에서 26일 한 남성이 파손된 자전거를 찾아 들고나오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지난 27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포함한 지휘부 회동 장소를 정밀 폭격해 제거할 수 있었던 데는 뛰어난 정보력이 뒷받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휴민트(HUMINT, 인적정보자산)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2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 제거 작전에 F-15I(F-15의 이스라엘 판매용 버전) 전폭기들로 구성된 공군 69비행대대가 투입돼 2000파운드(907㎏)급 BLU-109 등 폭탄 약 100개를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BLU-109는 약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뚫을 수 있는 초대형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한 직후가 아니라 내부로 파고든 뒤에 폭발하는 방식이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거나 지하에 숨겨져 방호력이 높은 벙커 등 구조물을 파괴하는 데 쓰여 일명 ‘벙커버스터’로도 불린다.


이정도 위력의 폭탄을 100개씩이나 퍼붓기 위해서는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전제돼야 한다. 군사적 목표 달성 없이 민간인 피해만 발생할 경우 국제 사회의 비난은 물론, 자국 내의 여론 악화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NYT는 동영상과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으로 7층 높이 아파트 건물 최소 4채가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폭격 지역에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지휘부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은 큰 역풍을 감수해야 했다.


이스라엘군이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폭격을 단행한 배경에는 강력한 정보망이 존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랄라를 비롯한 헤즈볼라 지휘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런 과감한 행동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이 지난 20년간 헤즈볼라를 상대로 정보수집 활동에 집중해왔으며 본부는 물론 나스랄라도 원하는 시기에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력을 쌓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이 나스랄라와 다른 지휘관의 회동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특히 이번 작전에서 이스라엘의 휴민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봤다.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을 극도로 경계해 온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것은 이스라엘 휴민트가 헤즈볼라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나스랄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벌인 2차 레바논 전쟁 이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대규모 폭발사건 이후에는 경계심이 더 강화돼 고위 지휘관들 장례식에도 불참했다.


이런 나스랄라의 회동 대상, 시점, 장소까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오랜 기간 고도로 구축된 인적 정보자산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이번 작전의 윤리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된 한국으로서는 가장 신뢰성 있는 대응 수단이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지휘부 제거와 같은 ‘참수작전’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휴민트의 존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공격 움직임과 지휘부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참수작전을 실행하려면 인공위성이나 정찰기 같은 기술적 정보자산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휴민트를 적절히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발생한 군 정보사령부 군무원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우리 정보 전력에 치명적 타경을 입힐 만한 사건으로 부각된다.


국방부 검찰단과 방첩사령부 조사 결과 정보사 군무원 A씨는 201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고 중국 측에 군사기밀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7년 중국에서 중국 정보요원(추정)에게 포섭된 뒤 정보사 내부의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군사기밀을 지속적으로 탐지 및 수집, 누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대 내부에서 군사기밀을 출력하거나 촬영, 또는 메모한 뒤 영외숙소에서 중국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유출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중국 측에 유출된 군사기밀에는 정보사 소속 해외 비밀요원(블랙요원) 명단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내 휴민트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우리 군의 인적 정보자산이 일개 군무원에 의해 괴멸될 위험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A씨가 정보를 유출하며 받은 돈은 도합 1억620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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