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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부당대출 리스크에 증권·운용 플랜 ‘일시정지’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입력 2024.09.24 07:00 수정 2024.09.24 07:00

금감원, 우리證 ‘특혜인수’ 여부 등 검사

어음발행 중심 자기자본 확대 차질 우려

동양·ABL생명 편입 및 운용 수혜 악영향

우리금융그룹.ⓒ연합뉴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의 여파가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제재에 따라 두 회사가 그린 중장기 성장 전략인 어음발행업 확대와 그룹 내 운용자산 이관 등의 계획이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 관련 리스크가 우리금융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출범한 지 한 달 남짓인 우리투자증권이 특혜 인수 의혹 등으로 금융당국의 감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최근 동양생명·ABL생명의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우리자산운용도 자산 확충을 위해 먼 길을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3억원 상당의 대출이 실행됐다. 부동산 매입자금으로 금리는 연 6.5%였다. 대출은 지난 2022년 2월 말 전액 상환된 상태다.


이에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초기부터 투자자 신뢰도가 훼손된 것에 더해 금융감독원에서는 내달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 합병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조사를 예고했다.


증권사가 어음 발행 권한을 얻으려면 4조원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한다. 다만 우리투자증권은 포스증권을 인수함으로써 종합금융사 주요 사업인 어음발행 권한을 유지하는 동시에 증권업을 주 업무로 전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 1조5000억원에도 불구하고 어음을 발행할 수 있어 해당 부분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속되는 논란에 우리투자증권이 내세운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 달성’ 로드맵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발표한 성장전략은 ‘우리금융과의 협업’과 ‘어음발행 사업권’이다. 과거 지난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을 통해 출범한 메리츠종합금융증권(현 메리츠증권)은 당시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많이 팔아 사세를 급격히 키운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종합금융사의 발행어음은 발행 한도도 없어서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만 융통할 수 있는 데 반해 종합금융사는 공격적으로 여신을 받아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의 지난 2010년 자기자본은 5251억원이었는데 겸임 기간이 종료된 2020년엔 4조5471억원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몸집을 크게 부풀릴 수 있는 종합금융업 겸업 기간아 축소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합병 또는 전환으로 신설되는 금융기관과 존속하는 금융기관의 경우 겸임 기간이 최대 10년 주어진다. 다만 투자자 보호 또는 건전성 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자산운용도 이번 사태 결과에 따라 성장 곡선이 크게 변동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 및 ABL생명 인수를 결정하면서 우리자산운용의 몸집 키우기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져왔는데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015년 1월 삼성생명의 일임자산 50조원 규모를 넘겨받았다. KB자산운용은 2020년 KB손해보험 및 KB생명보험으로부터 전체 22조원 규모의 자산을 넘겨받았다. 지난 2021년 말에는 푸르덴셜생명이 약 18조원 가량의 자산을 이관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운용사에 유가증권 등의 자산을 맡겨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운용사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와 퇴직연금 등으로 사업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윈-윈(WIN-WIN)’ 전략으로 꼽힌다.


우리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및 투자일임 운용자산(AUM)은 지난 19일 기준 48조3173억원으로 업계 10위권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유가자산규모는 각각 23조4630억원, 13조3136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해당 자산의 일부나 전부를 우리자산운용이 이관받는다면 단숨에 업계 6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69조4520억원)을 뛰어넘게 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금융지주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어 금감원 제재 확정 시 승인 심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리스크로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강화 전략의 큰 축인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의 사세 확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라며 “두 회사의 성장 전략이 금감원에서 조사 중인 사안과 긴밀하게 연결된 부분들이기 때문에 내달 당국 검사 결과에 따라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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