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날 한시 폭발한 수천대 '삐삐'…2800명 사상 '초토화' 된 레바논 상황
입력 2024.09.18 22:49
수정 2024.09.18 22:51
레바논 전역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 폭발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30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쯤부터 1시간 가량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 서부 헤르멜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서 전례 없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에 동원된 기기는 국내에서 '삐삐'로 불렸던 통신기기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800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는 헤즈볼라 무장대원과 조직원의 10살 딸 등이 포함됐다. 약 300명의 부상자가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엑스(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공개된 수도 베이루트의 한 시장 내부 CCTV 영상을 보면 알림음이 울린 직후 무선호출기가 폭발한다. 과일 진열대를 둘러보던 한 남성은 어깨에 걸친 가방 속 무선호출기가 폭발하자마자 바닥에 그대로 쓰러진다. 주변은 아수라장이 됐고 놀란 시민들은 자리를 황급히 뜬다.
피해자 다수는 호출기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하던 중 폭발 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가 손을 다쳤고, 일부는 복부에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역시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내각회의 이후 "레바논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헤즈볼라는 통신보안을 위해 호출기를 도입했다.
이번 폭발 사태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