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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케리 트레이드’ 증시 복병 재부상...수출株 타격 우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9.13 07:00
수정 2024.09.13 07:00

美·日 금리 차 축소 앞두고 엔화·원화 강세 자극

2차 블랙먼데이 우려...“강도 덜해도 변동 불가피”

반도체 등 하방 압력 증대…외인 이달 집중 순매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도쿄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도쿄 EPA·지지=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신호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케리 트레이드(저리의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 청산 우려가 재차 커지고 있다. 원화가 엔화 흐름에 연동된 가운데 원화 가치가 높아질 경우 국내 반도체 등 수출주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정책 방향이 엇갈리면서 엔화 강세를 자극하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와 수출주가 또 다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엔케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해외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축소를 앞두고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추가적인 청산 우려가 커졌다.


나카가와 준코 일본은행 심의위원이 “물가와 경제가 예상대로 움직이면 통화 완화 정도를 조절하겠다”고 발언한 지난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40.71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1월 2일 달러당 140.81엔)를 8개월여 만에 경신한 것으로 12일 종가 기준 엔·달러 환율은 141.83엔으로 140엔대가 위협받는 등 엔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0일까지만 해도 160엔대를 웃돌았지만 이후 150엔대로 내려왔고 7월 말부터는 150엔대도 밑돌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140엔대도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시장에선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더욱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화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엔화 강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매도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일본은행은 오는 12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2차 블랙먼데이’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5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주요 원인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이 지목됐는데 이번에도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 것이다.


달러화와 엔화ⓒ로이터=연합뉴스

업계에선 급격한 엔케리 청산으로 인해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시장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포지션 청산이 지난 7월부터 8월 초까지 나타났던 강도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9월 증시는 계절적으로 유동성이 위축되는 시기라서 엔캐리 청산의 작은 매물 출회만으로도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엔화 강세가 국내 수출 관련주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화는 엔화 흐름에 동조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일본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할 경우 엔화와 원화 가치가 동반 상승할 수 있어서다. 통상 수출주에는 원화 강세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돼 악재로 여겨진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만 해도 138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이달 현재 1330원대로 내려오면서 원화가치의 강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9월 2~12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대선 이슈로 주목받고 있는 2차전지 관련주인 삼성SDI(1166억원)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국내 대표적 수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8145억원, 3787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와 원화의 절상 진행이 진행 되면서 원화 강세에 따라 수출주 주식들의 약한 모습이 확인됐다”며 “원화 변동보다는 엔화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더 높은 상황으로 외환시장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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