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흥행 참패'…업계 외면에 '개장 휴업'
입력 2024.09.13 06:00
수정 2024.09.13 06:00
수수료 1% 중반까지 인하 검토
"높은 수수료 탓 진입 의사 없어"
"구체적 방안 나올 때까진 난항"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이 초반 흥행에 참패했다. 서비스는 오픈했지만 보험사들의 외면 탓에 사실상 개장 휴업 상태다. 금융당국이 쓰러져가는 플랫폼을 살리고자 팔을 걷어 붙였지만, 보험사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와 핀테크사 임원을 소집해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보험사들의 플랫폼 참여를 머뭇거리게 하는 수수료 문제와 관련 기존 3% 수준에서 1% 중반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11개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해주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지난 1월부터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시작으로 현재는 ▲저축성보험 ▲펫보험 ▲여행자보험 ▲화재보험 등을 가입할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장 금융권 릴레이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그 유용성을 테스트하는 좋은 기회를 부여받았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부터 보험료 체계 등 현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보험업계의 전향적인 협조를 부탁한 바 있다.
당국의 간절한 보험사 협조 요청에도 보험사들은 참여를 꺼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론 '수수료' 문제가 꼽힌다. 핀테크사들은 플랫폼에 유입된 소비자가 자동차보험을 계약하면, 보험료의 3%가량을 수수료로 챙긴다.
이날 기준 네이버페이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3.0~3.5%의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으며, 해외여행보험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9%의 수수료를 보험사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펫보험 상품에 대해 ▲삼성화재 월납보험료 대비 3.7% ▲현대해상 초회 월납보험료 대비 40% ▲DB손해보험·KB손해보험 초회 월납보험료 대비 60%를 보험사에게 수수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보험사는 플랫폼이 없어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다"며 "굳이 수수료를 플랫폼사에 주면서까지 사업 참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 수수료 체계는 어불성설이라며 1% 중반대까지만 내려와줘도 보험사들의 참여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험사의 참여 미흡에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4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보험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4만6000건 밖에 안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서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와서 놀아라'라는 식의 대처로는 흥행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확한 수수료 체계부터 가이드라인을 내려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확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보험사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